가로 3미터에 세로 5미터인 그 방은 화장실을 빼면 침대 하나와 좁은 부엌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전세금을 지원해 주셔서 그 방에 살기 시작했다.
한 학기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에 허덕이던 차에, 친구의 부모님이 대전으로 이사를 가시게 되어 그 친구에게 작게나마 월세를 받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 다리가 긴 이케아 철제침대를 사서 그 아래 책상을 두 개 붙이고, 화장실 문 뒤편에 행거를 달아 옷을 걸었다. 그렇게 졸업 전 1년 반을 그 작은 방에서 복닥거리며 살았다.
1200만 원. 졸업 직후 입사하여 설계사무소에서 처음 1년간 모은 액수였다.
월세와 공과금, 통신비를 내고 식비를 줄여 가며 한 달에 간신히 100만 원씩 모았다. 단순계산으로는 4년 남짓을 모아야 그 작은 원룸의 전셋값이 되는 것이었다. 대학 졸업 후 4년이면 대개 과거 ‘결혼 적령기’라는 30세 전후가 된다. 취업을 위해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미루면 훨씬 오래 걸리기도 한다.
2억6000만 원. 3.3㎡당 1362만 원이라는 서울 시내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에 20을 곱한 값이다.
20평대 아파트를 하나 장만하는 데 3억 원 이상 드는 셈이다. 장장 20~30년을 모으거나 대출을 받아 다달이 갚아야 간신히 작은 아파트 하나를 마련하는 것이다. 물론 회사를 그 기간만큼 다닌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아파트까지는 아니더라도 10평 후반대의 빌라 가격도 만만치 않다.
청년 실업과 주거 문제, 비혼(非婚) 등의 화두가 뜨겁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미래에 결혼도, 출산도, 주거도 포기하고 현재의 삶에 집중하려는 청년들이 늘었다. 우리에게 왜 더 아끼고 모으지 않느냐고, 노력하지 않느냐고 질책하는 어른들의 말씀은 팍팍한 현실에 마른 고구마를 베어 먹는 듯한 심정을 안긴다.
마이너스 금리 시대, 통장에 월급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생각한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편한 시기일 것이라고. 미래에는 더 어려운 일들이 가득할 것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청년들은 미래를 꿈꾸고 설계하고 희망을 가지려 애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