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번 버스 기사 "딸들이 내 앞에서 인터넷 해명글 올려, 울면서 쓰더라"

입력 2017-09-1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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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만 내렸다며 버스 하차를 요구한 여성의 말을 무시한 채 그대로 출발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이른바 ‘240번 버스 기사’ 가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 생각까지 들었다”라며 논란 이후 첫 심경을 밝혔다.

15일 동아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240번 버스 기사 김 씨는 사흘간의 마음고생으로 눈에 핏발이 서고 피부는 거칠어진 상태로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들어보긴 했지만 사람 인생이 하루아침에 망가졌다”라며 “너무 고통스러워 자살 생각까지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 엄마인 A 씨를 내려준 뒤 1시간쯤 뒤인 11일 오후 7시 반께 동료 운전사들로부터 “인터넷에 240번 버스 기사를 비판하는 글이 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입에 담지 못할 욕과 비난이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는 “이후 밥 한 끼 먹지도 잠 한숨 자지도 못한 채 가족과 정말 많이 울었다”라며 “병원에서는 정신과 상담을 권유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두 딸이 내가 보는 앞에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억울함을 토로하는 글을 썼다”라면서 “딸이 울면서 키보드를 쳤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12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40번 버스 기사 딸입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아버지는 25년 동안 승객과의 마찰, 사고 등 민원은 한 번도 받지 않은 분”이라는 글이 올라온 바 있다.

김 씨는 13일 오후 서울시가 ‘김 씨의 위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발표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안정을 되찾아갔다.

하지만 김 씨는 “왜곡된 글을 올린 네티즌으로부터 사과는 아직 받지 못했다”라며 “아직도 인터넷을 볼 때마다 나를 비난하는 글만 보인다. 이번 일이 죽을 때까지 나를 괴롭힐까 두렵다”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11일 오후 “5살도 안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버스에서 혼자 내려 엄마가 울부짖으며 하차를 요구했지만 240번 버스 기사가 이를 무시했다”라는 민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이 확산하면서 240번 버스 기사 김 씨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지만 CCTV 등을 통한 서울시의 조사 결과 김 씨의 위법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다음 주 다시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한편 해당 사건의 아이 엄마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40번 버스기사의 처벌을 바란 게 아니다”라며 “기사님에게 사과를 받고 싶었을 뿐”이라고 밝혀 당시 사건은 김 씨의 잘못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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