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선정적(煽情的)

입력 2017-09-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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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게재한 ‘야(野)하다’ 글을 읽은 친구 독자가 그 글 안에 나오는 ‘선정적’이라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이냐고 물어왔다. 소설이나 영화의 내용을 두고 지나치게 선정적이어서 판매나 상영을 금지한다는 조치를 여러 번 봐오면서 ‘선정적’이라는 말과 ‘음란하다’는 말이 단순한 동의어일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음란한 것과 선정적인 것은 과연 같은 의미일까?

음란은 ‘淫亂’이라고 쓰며 각각 ‘지나칠 음, 음탕할 음’, ‘어지러울 란’이라고 훈독한다. 성(性)적 행위가 지나치게 어지러운 상태를 음란하다고 한다. 공자는 ‘시경(詩經)’의 첫 편인 ‘관저(關雎)’의 가사와 음악에 대해 “즐거우면서도 지나치지 않고, 슬프면서도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樂而不淫 哀而不傷]”고 평하면서, 시나 음악은 그런 중화(中和)의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즐거움도 슬픔도 극을 향하는 것은 위험하다. 즐거움은 더 큰 즐거움을 요구하기 마련인데 즐거움의 극에 이르면 새로운 자극을 찾아 파괴적 행위를 하게 된다. 성(性)적 즐거움에 대한 파괴적 행위가 이른바 ‘야동’ 같은 것들이다. 이게 바로 음란이다.

‘선정’은 ‘煽情’이라고 쓰며 ‘부채질할 선’, ‘뜻 정’이라고 훈독한다. “情을 부채질한다”는 뜻이다. 이때의 情은 성적 욕정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지만 꼭 욕정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선정적이라는 말은 불난 데에 부채질하듯이 감정을 자극하여 이성을 잃게 하는 행위를 통칭하는 단어이다.

성(性)적 감정을 부채질하는 옷차림이나 몸짓도 선정적이지만 정치가가 상대 당을 공격하기 위해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것도 선정적인 발언이며, 언론보도가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데 치중하면 그 또한 선정적인 보도이다.

넘치는 즐거움도 파멸로 향하고, 선정적 발언으로 선동하는 것도 파멸에 이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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