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하비’ 살신성인, DACA 폐기로 두 번 죽다

입력 2017-09-0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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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텍사스 주를 강타할 당시 구조 활동에 나섰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멕시코 출신 31세 청년의 사연이 미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하비가 텍사스 주 휴스턴을 휩쓸었을 때 휴스턴에서 120마일(약 193km) 떨어진 루프킨에 살고 있던 알론소 기옌은 친구 두 명과 구조 활동에 나섰다. 기옌의 아버지는 “너무 위험한 일”이라며 그를 말렸지만 그는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역 라디오 DJ 일도 내팽개친 채 120마일을 달려 허리케인 피해 지역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봉사활동 단체에 합류한 기옌은 보트를 타고 구조 작업을 벌였는데, 하필 그가 타고 있던 보트가 교량에 부딪쳤고, 보트는 급류에 휩싸였다. 4일 뒤 그는 시체로 발견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기옌은 15세 때 아버지를 따라 멕시코에서 미국 텍사스 주 루프킨 지역으로 왔다. 그는 불법체류 청년 추방을 유예하는 DACA 프로그램의 수혜자였다. DACA는 16세가 되기 전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해 학교에 다니거나 취업한 30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추방을 유예하는 제도다.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시행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DACA 프로그램을 폐지한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DACA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80만 명 중 한 명인 기옌이 생존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그는 미국 밖으로 내몰릴 위기에 놓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부터 DACA 프로그램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기옌의 이름을 외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공화당 내 지도부를 포함한 국회의원들은 트럼프를 향해 기옌과 같은 청년들을 몰아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위스콘신 지역의 라디오에서 “국경과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아이들이 그들의 부모 때문에 처벌받아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 10개 주는 DACA 폐지를 철회하지 않으면 미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10개 주에는 기옌이 생전 머물렀던 텍사스 주도 포함됐다.

기옌은 텍사스 주 루프킨 지역에 묻힐 예정이다. 기옌의 가족은 루프킨에 있는 성 패트릭 성당에서 장례식을 계획하고 있으나 멕시코 리오그란데 지역에 있는 그의 어머니는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기관(CBP)은 지난 4일 “기옌의 어머니가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멕시코 영사관 및 비정부기구와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기옌의 어머니 리타 루이즈 데 기옌은 “하나님은 지구에 국경을 만들지 않았다”며 “국경을 만든 건 인간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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