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한미 FTA 폐기설에 ‘긴장’… 2.5% 관세 어쩌나

입력 2017-09-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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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사드보복 등으로 국내·외에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자동차업계에 걱정거리가 하나 더 추가됐다. 이번엔 미국발(發)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자동차업계가 바싹 긴장하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백지화될 경우, 체결 이전으로 교역 조건으로 돌아가 국내 자동차의 대미 수출 경쟁력 하락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그간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한미 FTA 합의에 따라 미국에 관세없이 자동차를 수출했다. 미국 수출 시 2.5%의 관세율이 붙는 일본·유럽 자동차보다 관세 측면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었던 것. 하지만 한미 FTA 폐기로 2.5% 관세가 부활하면 미국 수출용 한국차의 가격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통상임금 문제, 중국에서는 사드보복으로 인한 판매 부진으로 힘겨워 하는 현대·기아차가 특히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전날 산업통상부장관이 주재한 자동차업계간담회에 참석한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은 한미 FTA와 관련해 회사 차원에서 대응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올해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자동차 브랜드 16개 업체 가운데 전년 대비 판매 낙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올해 8월까지 미국에서 45만4733대를 판매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7%의 판매감소율을 기록했다. 기아차의 판매는 같은 기간 40만5462대를 기록해 44만2544대를 판 지난해 동기 보다 8.4% 떨어졌다. 판매감소율로 따지면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16개 업체 가운데 현대차가 1위, 기아차가 2위다.

업계에서는 한미 FTA가 폐기되면 현대·기아차의 상황은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고 관측한다. 양사의 미국 판매 절반 가량이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건너가는 물량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관세가 부활하면 현대·기아차의 장점인 가격경쟁력이 상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의 승용차 기준 미국 수출은 전체 수출 물량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에 따라 한미 FTA 폐기로 현대·기아차의 미국 매출에 타격이 생길 경우, 그 영향은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 “내부적으로는 어느 쪽에 무게가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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