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IFA서 속내 털어놔… "참담하고 답답”
변화무쌍한 미래사업분야 애로사항 많아
제때 의사결정 못내려 AI 기업 M&A 무산
“선단장(船團長)없는 배를 타고 고기 잡으러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배를 타고 있는 사람과 배를 (밖에서)보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정도 차이는 비교 할 수 없듯이 마음이 아프고 사실 두렵습니다.”
윤부근<사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31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IFA 2017’개막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총수 부재 상황에 대해 이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윤 사장은 “삼성전자는 각 사업을 맡고 있는 대표이사들이 사업 전략을 책임지는 부문제로 구성됐지만 어선으로 치면 선단장이 부재중이기 때문에 미래 사업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구조 재편 및 대형 M&A 등을 부문장이 결정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며 “변화가 빠른 업계에서 참담한 기분이 들고 답답하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올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삼성의 대규모 M&A는 사실상 개점 휴업이다. 최근 뛰어난 실적은 수년 전 대규모 투자와 M&A를 통해 만들어놓은 시스템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경쟁 속에서 ‘현상유지’는 곧 ‘도태’를 의미한다.
윤 사장은 “삼성은 반도체 사업을 잘하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잘되는 회사가 망한 경우도 많다”며 “이 부회장의 부재가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당장 올해와 내년 전략을 짜고 있지만, 큰 사업구조 재편 및 M&A를 사업부문장이 할 수는 없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그는 “경영이라는 것은 과학적 데이터, 현장의 경험 등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글로벌 리더 네트워킹 통해 세상 돌아가는 상황도 파악해야 한다”며 “그걸 통해서 통찰력을 얻고 결과를 앞으로 만들어가야하는데 그게 꽉 막혀있는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의 M&A를 추진하고 있었지만 막판에 무산됐다. 윤 사장은 “사업은 기회가 있을때 어떤 상황과 상관없이 진행해야 하는데, 제때 의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M&A 무산에 대해 설명했다.
윤 사장은 이번 출장길에 오르기 전 지난주 목요일 서울구치소로 이재용 부회장을 찾아가 직접 면회했다. 윤 사장은 “가정이든 사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이 오너십”이라며 “저는 제 사업의 주인이라고 생각하지만, 부회장에 비하면 1000분의 1 수준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세한 이야기를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 부회장이) ‘일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