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 사과나무 심겠다?…가구공룡 이케아의 패기

입력 2017-08-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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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 급증하는 한국 시장에 투자 속도 높여

▲이케아 코리아가 30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마포구 동교동 빵꼼마에서 팝업 전시 공간을 운영한다. (사진 제공 = 이케아 코리아)

스웨덴 가구공룡 이케아가 북한의 도발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에서 남다른 사업 의지를 내보여 눈길을 끈다. 북한의 위협을 무시할 만큼 한국 시장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케아 코리아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이케아 2호점을 10월 19일 오픈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문을 여는 이케아 2호점은 지하 3층~지상 4층 규모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14년 문을 연 1호점인 광명점은 전 세계 이케아 매장 중 최대 규모이자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 코리아 대표는 이날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호점도 1년 안에 개업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며 “2020년까지 6개 점포를 개업하는 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건 이케아 코리아가 2호점 오픈 일정을 발표한 날이 공교롭게도 북한이 일본 상공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날이었다는 점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례 없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미사일 발사를 규정했다. 이 여파로 엔화 가치는 급등했고, 아시아 증시는 하락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발표를 한 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 대해, 리스크보다 기대감이 크다는 의미다.

컨설팅업체인 컨트롤리스크의 스티브 윌포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컨설팅 담당 이사는 “한국에 있는 많은 외국 기업들은 북한, 미국, 일본과의 긴장 관계가 만성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긴장상태를 의식하지 말고 하던 대로 가야 한다”며 “소비는 타격을 받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의 말을 뒷받침하 듯 최근 몇 달간 북한의 도발이 이어졌으나 올해 이케아 코리아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증가한 3650억 원을 기록했다. 실제로 대북 관계 경색이 소비 욕구를 떨어뜨리는 등의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CNBC는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의 에리카 시리멘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음에도 한국 시장은 소매업체에 상당한 기회를 줬다”고 설명했다. 시리멘은 “정작 이케아의 핵심시장인 유럽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청년 실업 문제, 주택난 등이 장애물로 부상했다”며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는 아파트 주거가 일반화되고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조립식 가구를 선호하는 비율도 함께 증가했다”도 분석했다. 즉 기존에 주력시장이던 유럽에서 위협 요인이 늘고 점포가 1개에 불과한 한국에서 기회 요인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그는 “특히 이케아 안에 있는 푸드코트와 아이들 놀이공간은 한국인들이 이케아를 찾는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 특이점이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우려의 시선도 있다. 2001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뉴욕대의 마이클 스펜스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안보 이슈는 경제에 크게 타격을 주는 요소가 아니었다”며 “걱정스러운 부분은 제대로 위험이라고 인식되지 않는 리스크가 증가했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신세계와의 신경전도 이케아 코리아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복합쇼핑몰 규제에 이케아도 포함돼야 한다”며 “이케아도 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의 발언은 이케아가 한국에서 규제 장벽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케아 코리아의 슈미트갈 대표는 “신세계 스타필드 고양점과는 경쟁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스타필드는 유통 전문업체이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영업규제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들이 원할 때 쉽게 방문하고, 우리가 소비자들을 환영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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