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초보도 할 수 있는 꿈의 오케스트라

‘꿈’은 ‘이루다’ 혹은 ‘실현하다’라는 서술어와 잘 어울린다. 현실에서는 실현할 수 없을 것 같은 희망이 실재화될 때 그 감동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없이 아련하고 가벼워 금방이라도 날아가 버릴 것 같은 꿈을 현실 세계에 매어 놓는 일은 막상 쉬운 일이 아니다.

내게도 작은 꿈이 있었다. 오케스트라 무대에 서 보는 것이 그것이었다.

전학을 간 중학교에서 친구 자리에 도도히 놓여 있는 악기와 학교 축제 때마다 무대에 서는 같은 반 친구를 보며 나도 학교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다니던 피아노학원에서 1년 정도 배운 게 전부였던 바이올린 실력으로는 어림없을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러고는 한동안 바이올린을 꺼내지 않았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아마추어오케스트라에 들어갈까 수없이 망설였다. 그러나 그때도 두려움이 앞섰고, 관객으로서 만족한 채 연주회장을 떠나곤 했다.

그러던 내게 작년,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초보도 할 수 있는 꿈의 오케스트라’라는 홍보 문구가 눈에 박혔다. 더 이상 두려워하면 이제는 꿈을 이룰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게 되었고,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수많은 단원들과 함께 지난달 드디어 오케스트라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내 실력의 어설픔을 인정하고 오케스트라 무대에 서겠다는 꿈 자체에 집중하니, 연주 그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 그 즐거움은 무대에 오르겠다는 꿈을 현실에 차근차근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꾸준함의 밑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진행 중인 여러 꿈 앞에서 근거 없는 막연한 두려움은 여전히 오늘의 우리를 망설이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루었던 꿈을 방패 삼아 그 두려움을 넘어 끝까지 가보자. 서툴더라도, 실수하더라도 용기 내어 두드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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