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5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해외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리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글로벌 지위에 타격을 받게 된 탓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컨설팅기업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6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가에서 브랜드 가치가 전 세계 7번째, 국내 기업 1위를 기록했다. 브랜드의 명성을 쌓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려도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 적용 대상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FCPA는 미국 기업이 해외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거나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처벌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1977년 제정한 법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게 돼 있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회사가 적용 대상이다.삼성전자는 미국 상장 기업은 아니지만 2008년 해외부패방지법 개정으로 법 적용 범위가 확대돼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FCPA 제재 대상으로 확정되면 과징금을 내야 하며, 미국 연방정부와의 사업이 금지되는 등 미국 내 공공 조달사업에서 퇴출당하게 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영국, 브라질 등 여러 국가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강도 높은 부패방지법을 적용하고 있다.
향후 M&A를 추진할 때 피인수 대상 기업의 임직원들이 반발하거나 유능한 핵심인재들이 이탈할 수도 있다. '부패 기업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며 M&A에 반대하거나 다른 회사로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의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경영활동도 공백기가 연장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부회장은 2002년부터 국내 인사는 처음으로 초청받고 2011년을 제외하고 매년 '억만장자 여름캠프'라고 불리는 '앨런앤코 선밸리 미디어 콘퍼런스'에 참석해왔다.
이 곳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팀 쿡 애플 CEO,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등을 만나 글로벌 인맥을 구축했다. 2014년 선밸리에서 팀 쿡을 만난 후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특허 소송을 취하한다고 발표하며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는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사업협력을 논의하고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해외부패방지법에 대상이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 검토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그동안 이 부회장이 개인적 인맥을 활용한 경영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막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데 이런 인맥 자산도 당분간 활용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