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평의 개평(槪評)] 진정한 ‘욜로정부’가 돼라

입력 2017-08-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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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 이후 갑작스럽게 꾸려진 새 정부임에도 짧은 기간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는 평가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진행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은 민간으로 확대되는 효과를 낳았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노인 기초연금 월 30만 원 인상, 아동수당 10만 원 지급 등의 약속은 그동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에게 최소한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어나고 의료비가 줄어든다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게 정말 가능할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공무원 17만4000명을 추가 채용하면 5년간 21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여기에 정년까지의 급여와 연금 등을 감안하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앞으로 30년간 327조 원이 넘는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는 5년간 30조6000억 원의 재원이 요구된다. 이 역시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의료비가 증가하고 생산가능 인구는 감소해 건강보험료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인 인구는 올해 708만 명이지만, 2025년에는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 10만 원 인상에는 5년 동안 23조 원이, 월 10만 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에는 5년간 13조 원이 넘는 재정이 투입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임기 이후 재정이나 대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최근 ‘욜로(YOLO)’라는 말이 국회에서 나오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인생은 한 번뿐이다)’의 줄임말로,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공약의 재원 대책이 대부분 5년에 맞춰져 있어 임기 5년짜리 선심성(善心性)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야당의 시각에서 나온 말이다. ‘내 임기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미래 세대에 재정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뜻으로 표현한 것이다.

겉으로 비친 욜로는 한탕주의 의미가 강하다. 당장의 행복에 집중해 사치를 하거나 충동적인 소비를 하며 단지 오늘만 누리며 사는 것을 그려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 돈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소비하는 것이 욜로는 아니다. 진정한 욜로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바람과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어떤 삶을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지 최선의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은 문재인 정부가 진정한 욜로가 되기를 바란다. 단지 5년간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 아닌 10년, 20년이 지나고 100년 이후 먼 훗날에도 국민의 행복이 지속될 수 있도록 말이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5년 후의 구체적인 재원 대책과 방향을 제시해 진정한 욜로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한 번뿐인 정권이 두고두고 후회되는 역사로 기록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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