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순간을 직접 보고 싶어 왔습니다.”
22일 서울회생법원 209호 법정 앞에서 새벽 6시 30분부터 기다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 공판 방청권을 받아낸 김종우(76 · 남 · 경기 용인) 씨는 방청권 당첨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노량진에 사는 형님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는 김 씨는 운이 좋게 '15대 1'의 치열한 경쟁률 뚫고 ‘세기의 재판'에 직접 참관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흥분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는지 직접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회생법원 1호 법정에서는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1심 선고 공판에 대한 방청권 추첨이 진행됐다. 사전 응모권 배부는 당초 10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이보다 이른 오전 9시 45분부터 이뤄졌다. 사전 응모권 배부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한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많은 일반 시민들의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경기 성남에서 왔다는 강미영(63 · 여)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이 부회장이 재판장에 섰다”며 “박영수 특검이 12년을 구형한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재벌 총수에 과한 벌을 주는 건, 나라 경제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정치적 보복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 사는 이모(59) 씨는 “국민감정을 건드렸다는 이유만으로 이 부회장을 재판에 서게 한 게 무슨 법치주의냐”며 “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죄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의 선고 공판은 150석 규모의 417호 대법정에서 진행된다. 사건 관계인과 취재인력을 위한 지정석을 제외하면 일반 시민에 돌아가는 좌석은 30석이다. 박 전 대통령 1차 공판에서 68석을 일반인들에게 배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30석만 할당된 것이다.
이날 법원을 찾은 사람은 총 454명으로 경쟁률 15.13대 1을 기록했다. 박 전 대통령의 1차 공판 방청에 68석을 두고 총 525명이 몰려 경쟁률 7.72대 1을 기록한 것의 두 배에 이르는 경쟁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날 이 부회장 공판 방청권 추첨 현장을 찾아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이들은 일반인 방청석이 왜 30명 규모로 축소 됐는지, 배경 설명을 요구하는 등 고성을 지르며 욕설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