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임기, 과거보다 늘어나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임기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CFO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CFO 임기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10년 전만 해도 S&P500 기업 중 10년 이상 재직한 CFO를 둔 기업은 64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는 85개에 달한다. 다국적 헤드헌팅 전문업체 스펜서스튜어트에 따르면 포춘 500대 기업의 CFO 평균 임기는 2005년 4.7년에서 2016년 5.7년으로 늘어났다. 이사회에서 CFO 임기를 늘리길 원하는 추세라고 스펜서스튜어트는 분석했다.
CFO의 임기와 총주주수익률(TSR) 간의 상관관계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에 따르면 10년 이상 재직한 CFO를 둔 기업 중 70%의 총주주수익률이 S&P500 기업 평균 수익률보다 높다. 대표적인 장수 CFO를 둔 업체들은 미국 종합금융사 레이몬드제임스파이낸셜(레이몬드), 의료 시스템 회사 서너, 음료제조업체인 몬스터비버리지 등이다. 레이몬드의 제프리 줄리엔 CFO는 30년째 이 회사에서 CFO로 재직 중이다. 줄리엔 CFO가 취임한 이래 레이몬드는 지난달 118번째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레이몬드의 총주주수익률은 182%였다. S&P500 평균이 86%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레이몬드 측은 줄리엔 CFO의 기여도가 컸다고 밝혔다. 서너는 총주주수익률이 387%로, 역시 마크 노프톤 CFO의 헌신이 컸다고 젠 벌크 회장은 성명을 통해 밝혔다. 몬스터비버리지의 총주주수익률은 646%로 나타났다. 임원 리크루트 회사 크리스트콜더의 피터 크리스트 회장은 “10년 이상 CFO를 둔 85개 업체 대부분이 높은 총주주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임기 12년째를 맞은 샌디스크의 주디 브루너 CFO는 “CFO가 긴 임기를 보장받는 것은 중요하다”며 “경기 침체 국면과 활성화 국면 모두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레이몬드의 줄리엔 CFO는 경기 변화를 잘 관리한 덕에 30년째 임기를 유지하고 있다. 1987년, 줄리엔이 31살의 나이로 CFO 자리에 앉자마자 주식시장은 6개월간 침체 국면을 맞았다. 그는 “당시 매우 보수적 수준으로 현금을 보유한 덕에 경기 침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벤틀리대학의 패트리샤 M.플린 경영학 교수는 “임기가 10년 이상인 85명의 CFO 중 대부분이 최고전무이사(EVP) 직함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그만큼 기업에서 CFO가 끼치는 범위가 넓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홈디포의 캐롤 톰 CFO는 2011년부터 총 3명의 CEO가 변하는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4년 그 역시 CEO 자리에 오를 기회가 있었지만, 톰은 CFO 자리에 남아있겠다고 밝혔다. 그가 CEO 자리를 고사한 이유는 CFO가 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CEO 못지않게 크기 때문이다. 톰 CFO는 “기업 전체에 내 지문이 묻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