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박정훈 ‘약자들의 전쟁법’

입력 2017-08-1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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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다른 게임의 규칙 찾아내기

약자(弱者)의 생존법과 성공법을 다룬 책이다. ‘약자’라는 표현을 언짢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저자 박정훈이 ‘약자들의 전쟁법’에서 말하는 약자는 약점을 지닌 사람 혹은 역경과 고난에 처한 사람을 뜻한다. 세상에 스스로 약한 면을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책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릴 만한 평범한 지혜를 담고 있지만, 우리가 자주 잊어버리기 쉬운 원칙들을 제시한다. 약자가 승리하는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저자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평범한 주장일 수 있지만 깊이 새겨들을 만한 조언이다. 남과 같은 길로 달려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세상에 있을까.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면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능력을 지닌 고수(高手)를 숱하게 만나게 된다. 이들과 맞붙는 곳에 뛰어들어서는 백전백패(百戰百敗)다. 자신이 추구해야 하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약자의 3법칙’, 즉 다른 방식, 다른 모델, 다른 목표를 제시한다. 강속구 투수가 즐비한 야구판에서 강속구로 승부를 걸어서는 실패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프로야구선수 유희관은 공을 빠르게 던지는 방식을 포기하고 제구력으로 승부를 거는 쪽을 선택해 성공했다. 자기 방식을 찾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1000원 숍으로 유명한 다이소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서 성공한 경우에 해당한다. 대다수의 기업은 원가에 맞춰 제품 가격을 정한다. 그런데 다이소는 1000원 혹은 2000원으로 판매가를 정한 다음에 그것에 모든 프로세스를 맞추어 성공했다.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 성공한 사례이다.

모두가 공부 잘하는 모범생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는 대학 시절 당구, 바둑, 고스톱, 포커 같은 잡기에 푹 빠져 살았다고 한다. 놀아본 경험이 한게임 창업으로 이어졌다. 결국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자”라는 삶의 목표가 그를 성공시킨 셈이다.

이 책은 약자가 승리할 수 있는 8가지 전략으로 구성됐다. 도발, 변칙, 교란, 우회, 격돌, 기습, 매복, 승부이다. ‘때문에’를 입에 달고 살면 반드시 패배한다.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한 단어는 ‘덕분에’이다. “나는 하느님으로부터 세 가지 은혜를 받았습니다. 가난한 것, 못 배운 것, 몸이 약한 것이 그것입니다.”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의 말에 약자 승리법의 첫걸음이 담겨 있다. 역경에 주눅 들고 좌절해 버리면 그것으로 끝나고 만다. 고개를 들 수 있는가는 곧바로 도발할 수 있는가이다. 역경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면 자연스럽게 ‘도발’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된다.

조수미는 말한다. “음악뿐 아니라 모든 예술이 고통과 외로움 없이는 (더 높은 차원으로) 승화되기 어렵습니다. 역경을 겪지 않은 예술은 감동을 주기 힘듭니다.” 비용이 드는 일이 아니지만 모두가 실천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인생에는 우열이 가려질 수밖에 없다.

치열함도 자꾸 겪다보면 제2의 천성이 된다. “다르게 생각하라”는 스티브 잡스의 주장처럼 무엇이든 남이 하는 것만큼 해선 잘되기가 쉽지 않다. 남과 다르게 치열하게 하다보면 하나 둘 길이 열리는 것이 삶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인터뷰를 위해 만난 사람들의 생생한 모습이 등장한다.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차별화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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