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바람

입력 2017-08-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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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전남도청 재정협력관

공부한 것이 그대로 시험문제에 나왔으면, 덕망(德望) 있고 지혜로운 상사만 만났으면, 예쁘고 상냥하고 살림 잘하는 부인을 만났으면,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은 아니더라도 부잣집에 태어났으면….

자식들 건강하게 커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예쁜 배우자를 만났으면, 검은 머리와 튼튼한 이와 바늘구멍에 실도 꿸 수 있는 눈을 유지한 채 치매 없이 이 자식 저 자식 찾아다니면서 손주 녀석 용돈 주는 재미로 살았으면….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바람, 저런 바람 참 많이도 해 봤네요. 어리석게도…. 나에게 없는 것만 바라고 살았네요.

따뜻한 가슴, 건강, 생일이면 축하해 주는 가족, 우애 좋은 형제, 당장이라도 찾아가면 반겨줄 고향, 봄비 내리는 날 대폿잔 나눌 친구…. 있는 것이 훨씬 많았네요. 이제 내게 있는 것에 감사하고 사랑하려 합니다. 가꾸고 나누고 베풀면서 살아가려 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은 서러워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가 빠져 많이 하기 힘들기 때문에 적게 들으라는 순리(順理)입니다. 우리 몸에 조금씩 다가오는 변화를 늙어간다 서글퍼하지 않길 바랍니다. 늙는 것이 아니라 더욱 익어가는 것이겠지요. 창문 넘어오는 햇살 대하듯,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 맞이하듯, 반갑고 살갑게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을 갖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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