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첫 진술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65) 전 대통령과의 독대 때 경영 현안 얘기는 없었다”고 진술하는 등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2일 오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지난 49차례 열린 공판 내내 침묵을 지켜왔던 이 부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본인의 사건과 관련해 한 첫 발언을 통해 특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2차 독대 당시 삼성 현안을 이야기한 적이 있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제가 말씀드린 것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특검이 ‘대통령 말씀자료’를 제시하며 메르스 사태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슈를 논의했는지를 묻자 그는 “없었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어 특검이 제시한 삼성의 청탁 정황 증거인 대통령 말씀자료와 안종범 전 수석 수첩에 적힌 독대 대화 내용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15일 3차 독대 직후 작성된 안 전 수석의 수첩에 대해서는 “그런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당시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금융지주회사-Global 금융-은산 분리’가 명시돼 있었다.
이 부회장은 특검조사 전까지 정윤회 씨와 최순실 씨, 그의 딸 정유라 씨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는 “말을 안 탄 지 25년이 넘었다”며 “정윤회 씨에게 딸이 있고, 승마 특혜 의혹이 있었던 것을 전혀 몰랐다”고 답변했다. 이 부회장은 “2차 독대 당시 대통령이 질책한 이유는 정유라 씨를 지원하라는 지시 아니었냐”고 묻자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을 총괄하는 미래전략실과도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은 “미전실에서 어떤 업무를 담당했냐”고 묻는 특검의 질문에 “미전실에 소속된 적이 없다”며 “처음부터 삼성전자였고, 업무도 95% 이상 삼성전자랑 계열사에 관한 업무만 담당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7일 정식 재판이 시작된 이래 넉 달 만에 이뤄진 이날 피고인 신문은 5시간 넘게 이어졌으나, 시간 관계상 모두 마치지 못하고 중단됐다. 법원은 3일 오전 재판을 속개해 피고인 신문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