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호 아리움디자인 대표
신작로엔
늙은 아버지가 예닐곱 소년으로 서 있다
초가집엔 가난한 꿈들이 이엉처럼 단단히 묶인 채
토담을 따라 흐르고
논두렁마다 가난을 솎아내듯
곧게 선 측량대의 선명한 눈빛
낡은 흑백사진 속에 들어찬 계절이 눈부시다
노부(老父)는 사진 한 장에 60년대 삶을 도면한다
신작로 중심에서 세월의 반지름를 측량하고
그리움 서린 곳마다 삼각점을 찍어 내린다
노부와 함께
시간의 축척을 따라온 사진 속엔
채 현상되지 않은 세상과
넉넉한 꿈들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