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흑백사진

입력 2017-07-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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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규호 아리움디자인 대표

신작로엔

늙은 아버지가 예닐곱 소년으로 서 있다

초가집엔 가난한 꿈들이 이엉처럼 단단히 묶인 채

토담을 따라 흐르고

논두렁마다 가난을 솎아내듯

곧게 선 측량대의 선명한 눈빛

낡은 흑백사진 속에 들어찬 계절이 눈부시다

노부(老父)는 사진 한 장에 60년대 삶을 도면한다

신작로 중심에서 세월의 반지름를 측량하고

그리움 서린 곳마다 삼각점을 찍어 내린다

노부와 함께

시간의 축척을 따라온 사진 속엔

채 현상되지 않은 세상과

넉넉한 꿈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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