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대통령에 “사드보복, 무역장벽 해소” 요청

입력 2017-07-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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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무역장벽을 해소해달라는 등 가감 없이 민원을 쏟아냈다.

이날 기업인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사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요즘 중국 때문에 자동차 사업이 고전하는 것 같은데 좀 어떠냐”고 묻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다”며 “기회를 살려서 다시 기술을 개발해 도약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 “중국에서 사드 영향으로 매출이 줄면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협력업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호텔을 하고 있는데 완전히 (중국인 관광객) 빠지고 면세점도 중국인들 단체가 완전히 죽었다”고 말하며 중국의 보복 조치가 완화될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은 “우리가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드는데 중국이 아예 일본 업체는 되고 한국 업체는 안 된다고 명문화 비슷하게 만들어놨다”며 “중국 차에는 (배터리를) 못 판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이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부과한 철강제품에 대한 반(反)덤핑 관세에 대한 애로사항도 나왔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당분간은 미국에 보내는 것은 포기했다”며 “중기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셰일가스 인더스트리가 이제 필요가 많고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안 줄었는데 철강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미국에 들어가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면서 어려움을 전했다.

또한 정부가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정용진 부회장은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골목상권과 상생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건의했다. 이어 손경식 CJ 회장도 “정부가 서비스산업을 육성해달라”고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희비가 엇갈린 기업의 모습도 연출됐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만약 신고리 5·6호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된다면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며 “해외 사업 기회를 많이 가지도록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반면 금춘수 한화 부회장은 “(태양광 사업이) 전에는 고전했는데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지원을 해주고 있어 힘을 받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입지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외에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규제 완화도 건의됐다.

이날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공감을 표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문제에 관해 문 대통령은 “전기차에 있어 우리가 다른 부분은 몰라도 배터리만큼은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지 않으냐"면서 “이 문제 해결에 다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 문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기업이나 협회 쪽과 정부가 긴밀하게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호프 타임에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 사이에 좀 더 솔직한 대화가 오갔다. 간담회 주제인 일자리 창출과 상생협력에 관해 기업인들의 각자의 사례를 소개했고, 일부 기업은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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