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 이야기] 급행료·리베이트 등 ‘검은돈’, 망국으로 가는 길

입력 2017-07-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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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퍼져 있는 ‘뒷거래’ 관행… 각종 비리로 이어져 사회 병들게 하는 악습 중의 악습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비리와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남의 눈을 피하여 뒤에서 하는 정당하지 않은 거래를 뜻하는 뒷거래와 관련된 사건들이 여전히 여기저기서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뒷거래 관행은 촌지, 리베이트, 이면계약, 급행료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검은돈’이란 일반적으로 이러한 뒷거래를 할 때 뇌물의 성격을 띠거나 그 밖의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주고받는 돈을 일컫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검은돈을 불법적 무기 판매 및 밀수, 조직범죄, 횡령 및 내부거래, 뇌물수수 및 컴퓨터 사기 등 범죄행위를 통해 얻은 수입이나 이를 불법적으로 운용한 자금이라 정의하고 있다. 기업의 비자금이나 탈세 혹은 각종 뇌물 등을 통해 얻은 돈은 검은돈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꼭 돈이 아니더라도 부정한 거래를 위한 향응이나 뇌물로 받은 물건도 검은돈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러한 예는 나쁜 돈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것이다.

어떤 거래를 체결하고자 할 때, 양 당사자 간에는 항상 ‘갑’과 ‘을’이란 위치관계가 형성된다. 을은 갑에 종속되거나 아니면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특히 을의 경쟁자가 많을수록 을의 위치는 더욱 불리해지게 된다. 물론 약자인 을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보호를 받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갑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암묵적으로 또는 직접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이다. 을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갑의 환심을 사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리베이트, 촌지성 돈봉투 등의 음성적 뒷거래가 이루어지게 된다. 물론 이러한 음성적인 뒷거래는 원칙적으로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를 공공연한 비밀이라고들 한다. 이 뒷거래 관행은 우리 사회를 부정부패의 늪으로 끌어넣어 결국 망조가 들게 하는 악습 중의 악습이라 할 것이다.

원래 촌지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은 학교 특히 초등학교에서의 촌지관행 때문이었다. 극성스러운 학부모들이 치맛바람을 앞세워 자신의 자녀에게 특별히 더 신경을 더 써달라고 부탁하는 차원에서 돈 봉투를 비밀리에 교사에게 전달하던 관행이었다. 물론 최근 들어 교육계 내부의 자정 노력과 당국의 단속 강화로 촌지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도 학교촌지를 둘러싼 비리소식이 가끔 언론을 장식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촌지 관행은 교육계를 넘어 정· 관계, 언론, 기업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었고, 그 규모가 촌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나서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리베이트는 대부분의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의약계가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약계의 리베이트란 제약회사에 돌아갈 수익의 일부를 자기회사가 생산한 약을 처방한 의사에게 주는 일종의 뇌물과 같은 것을 말한다. 리베이트에 대한 쌍벌제(雙罰制)가 시행된 이후 제약업계의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근절되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도 거액의 강연료나 자문료 지급, 학술대회 지원, 제품설명회 등 합법을 가장해 우회적으로 현금이나 상품권을 주고받고 있다.

이 리베이트는 일반 제조업이나 건설업에서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형태는 협력업체와의 불공정하도급거래, 납품비리, 공사발주 시 뇌물공여 등 다양하다. 이들 음성적 뒷거래의 문제는 결국 제품의 하자와 부실공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리베이트 비용이 들어가게 되면 당연히 해당금액만큼 이윤이 줄게 된다. 따라서 업체는 줄어든 이윤을 만회하기 위해 부품을 누락하거나 계약체결 할 때 약정한 것보다 훨씬 저가의 부품을 사용하게 된다. 이는 부실공사로 이어지고 또 불량품을 납품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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