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간 긴장감 줄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연출
취임 후 처음 프랑스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을 번복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환경보호론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제까지 트럼프와 마크롱 간 관계는 화기애애하지 못했다. 지난 프랑스 대선 때 트럼프는 마크롱의 최대 맞수였던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를 사실상 지지했다. 마크롱이 당선된 뒤 처음 만난 지난 5월에는 강한 악수로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두 정상은 6초간 악수를 하며 손을 강하게 흔들었는데, 악수라기보다 기 싸움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지난달 1일 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두 정상 간 불협화음은 최고조에 달했다. 마크롱은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슬로건으로 삼았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비꼬아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라고 쓰며 비난을 가했다.
그러나 이날 두 정상 간 만남에서는 이전까지 팽팽했던 긴장감은 보이지 않았다. 두 정상은 파리 에펠탑의 최고급 음식점에서 부부동반으로 저녁식사를 했고,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기자회견에서 마크롱에게 “당신은 좋은 지도자”라고 칭찬했고, 정상회담 전 영부인 브리짓 마크롱 여사에게는 “멋진 몸매를 갖고 있다”고 다소 부담스러운 인사를 건넸다.
주목할 건 트럼프가 파리협정 탈퇴를 뒤집을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는 것이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그는 “파리협정과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멋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은 “파리협정에 관해 트럼프와 의견이 다르지만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 문제를 계속 미국과 논의할 것이고, 트럼프를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가 파리협정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기에는 탈퇴를 번복한다는 선택지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이 파리협정을 탈퇴한다고 밝히고 나서 전 세계적인 비판과 산업계의 반발이 뒤따랐다. 골드만삭스, 페이스북 등 업종을 불문하고 최고경영자(CEO)들은 분노를 표했다. 이날 트럼프의 파리협정 발언은 그간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일 수 있다.
파리협정 외의 분야에서 양 정상은 공동 노력을 함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이버 범죄, 온라인 선전에 적극 대응하고 이슬람국가(IS)와 싸우기 위한 공동 노력을 다짐했다. 마크롱은 “중동 지역에서 미군의 역할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프랑스가 중동 지역을 보다 안정화하는 데 강한 주도권을 쥘 것”이라며 “미국과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는 최근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러시아 정부와 관련한 변호사를 만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메일 공개 파문을 질문받자 “내 아들은 훌륭한 청년”이라며 러시아 내통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