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믿을 수 있으니 다시 찾는 로컬푸드 직매장

입력 2017-07-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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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부터 전북 완주군에 자리한 완주로컬푸드 모악산 직매장에 활기가 돈다. 완주군 농업인들이 이제 막 수확해온 싱싱한 농산물을 정성 들여 포장하고, 생산자·가격·출하일자 등이 인쇄된 라벨을 붙여 매대(賣臺)에 보기 좋게 진열한다. 매일 아침 완주로컬푸드매장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다.

전주에서 완주로컬푸드 모악산 직매장을 찾아온 주부는 “싱싱하고 저렴하니 멀어도 자주 와야지”라고 말하고, 완주에 사는 주부는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파는 곳이 있어 정말 좋다”고 자랑한다. 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한 고령의 농업인은 “소비자들이 돈 주고 사 먹는 건데 좋은 거 먹어야지 물건이 안 좋으면 기분이 안 좋잖아”라며 환하게 웃는다.

조합원 1088명이 6개의 직매장을 운영하는 완주로컬푸드 조합은 상생(相生)을 추구한다. 매장 직원이 양배추를 출하하는 농업인에게 “어머니, 오늘 양배추를 내는 농가가 많아서 좀 줄여 주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을 꺼내니, 바로 “그려, 알았어. 10개만 놓고 갈게”라고 답한다. 누구나 자기 물건을 더 많이 팔고 싶어 하지만 완주로컬푸드 직매장에서는 함께 출하하는 생산자를 배려해 출하량 조절에 조합원들이 적극 협조한다.

로컬푸드(Local Food)란 말 그대로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대략 반경 50km 이내에서 생산된 지역 농산물을 말한다. 로컬푸드 운동은 환경을 살리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새로운 먹을거리 유통문화 운동이다. 유통비용이 줄어들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이익을 볼 뿐만 아니라 신선한 농산물을 안심하고 사 먹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 특히 그동안 다품목 소량 생산을 하는 중소농은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판매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농가 소득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2012년 4월 완주 용진농협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건강한 밥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급증하면서 매장이 꾸준히 늘어나 2014년에 71개소, 2016년에는 148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로컬푸드 직매장 등 직거래 정책에 대해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만족도가 날로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로컬푸드 직매장은 단순하게 농산물을 전시·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베이커리, 카페, 농가 레스토랑 등이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 이탈리아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 미국은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을 통해 로컬푸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로컬푸드 매장이 더욱 튼튼하게 자리를 잡아 가려면 무엇보다 다양한 품목을 지역 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 기획생산 체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판매되는 농산물의 안전성 확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직매장의 경영 안정을 위해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고, 로컬푸드 소비의 외연 확대를 위한 학교 급식과 공공 급식 참여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로컬푸드 기본 정신인 신뢰와 상생 정신을 잘 지켜 나가는 것이다.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상호 신뢰하는 마음이다. 예로부터 “농심(農心)은 천심(天心)”이라고 했다. 농업인과 지역민이 중심인 로컬푸드에서 이뤄지는 믿음의 교류가 전국으로 확산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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