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4차산업혁명시대' 임박..韓제약산업에 스며드는 빅데이터

입력 2017-07-11 08:03수정 2017-07-1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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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제타, 심평원 처방데이터 재가공 서비스 개시..실제 처방정보로 개발ㆍ 영업 전략 수립 도우미

근래 전 산업에 걸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4차산업혁명'이다.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기존 산업과 융합·결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일컫는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빅데이터다.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는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약산업의 혁신을 시도하는 업체가 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코아제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진료·처방 데이터를 재가공·분석해 제약사들에 서비스 하는 업체다.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된 우리나라의 경우 방대한 진료 데이터가 한 곳에 모여있다는 장점이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된 진료와 처방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심평원에 연간 4600만명의 9억건의 진료 정보가 집적돼 있지만 아직까지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코아제타는 최첨단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심평원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제약사들의 요구에 맞춰 분석한다. 실제 의약품 처방 정보를 활용한 데이터를 제약사들에 서비스하는 업체는 코아제타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코아제타 본사에서 만난 이홍기 대표는 "빅데이터의 핵심은 사용자가 이해기 쉽게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여년간 한미약품 제제연구팀장, 삼아제약 연구소장 등을 지낸 약학 전문가다. 약학 전문가와 IT 전문가의 절묘한 조합이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등장시킨 셈이다.

◇145만명 진료 정보 재가공 의약품 처방 정보 제공ㆍ신제품 개발 전략 도우미

▲이홍기 코아제타 대표
코아제타가 PBD(Pharma Big Data)로 명명한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의 원리는 간단하다. 심평원으로부터 진료·처방 데이터를 구매해 자체 구축한 IT 기술을 활용해 제약사들이 원하는 정보로 재가공한다.

코아제타가 매년 구매하는 표본데이터는 145만명의 진료·처방 정보다. 환자 이름이나 병원 상호 등 공개할 수 없는 정보를 제외한 진료ㆍ처방 정보가 모두 들어있는 데이터다. 진료 건수로 보면 2700만건에 달한다. 145만명의 진료·처방 데이터는 전체의 약 3%에 해당하는 규모다. 통계적으로 145만명의 데이터는 전체 데이터와 99.9%이상 일치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5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지상파 3사가 실시한 출구조사가 높은 적중률을 나타냈는데, 출구조사 대상은 9만9000명으로 총 3280만7808명의 투표자 중 0.3%에 불과했다. 전체 처방 데이터의 3%를 포함한 표본데이터가 어느 정도의 정확도를 나타내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개개인의 질환발병에 의한 요양기관 진료 내역과 진료에 따른 치료 내역을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하고 이 데이터로부터 질환 분석 및 치료 분석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추출하고 분석한다"라고 전했다.

코아제타가 심평원으로부터 구매한 표본데이터에는 성분별 약물 사용 현황, 진료 현황, 환자별 특성, 약물의 처방 지역 등 방대한 정보를 포함한다. 심평원의 처방 데이터는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지만 아무나 쉽게 활용하기는 힘든 영역이다.

이 대표는 “2700만건에 달하는 1년치 처방 정보의 용량은 30기가바이트가 넘기 때문에 개인이나 일반 기업에서는 열람조차 불가능하다. 코아제타는 10개 정도의 클라우드 서버가 동시에 일을 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재가공하는 작업을 한다”고 소개했다. 코아제타에는 이 대표 이외에도 7명의 최정예 IT 전문가들이 근무한다.

코아제타의 서버에 들어온 빅데이터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항체의약품 ‘휴미라’의 성분명 ‘아달리무맙’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처방됐는지 조회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의원급 등에서 처방된 분포도 파악된다. 환자들의 성별이나 연령대별 처방현황도 알 수 있다. 아달리무맙을 투여받은 환자가 이전에 복용한 약물이나 진료 내용도 추적이 가능하다.

아달리무맙이 실제 처방현장에서 어떤 용도로 처방됐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아달리무맙은 류마티스관절염, 건선성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성인 크론병, 건선, 궤양성대장염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데 제약사들은 어떤 적응증에 처방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진이 약물의 용처를 제약사에 모두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파악된 약물의 사용 현황은 제약사의 마케팅ㆍ영업 전략 수립에 유용한 정보다.

빅데이터는 제약사들의 신제품 개발 전략에 활용된다. 이 대표는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를 예를 들었다. ‘테노포비르’ 성분의 비리어드는 지난해 1477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한 대형 약물이다. 최근 국내제약사들이 비리어드의 제네릭 시장 진출을 위해 전방위로 특허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테노포비르의 처방 분포를 조회한 결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나온 처방은 30%에도 못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종합병원급 이상 규모에서 처방된다”라고 설명했다. 국내제약사의 경우 의원급에 비해 종합병원에서는 상대적으로 영업력이 취약한 편이다. 비리어드의 의원급 처방 비율이 낮다는 것은 전체 시장 규모에 비해 국내업체들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크지 않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제네릭 시장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처방 데이터는 신제품 개발 영역에도 이용된다. A약물의 처방 패턴을 조사한 결과 B나 C약물과 병용 처방이 많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A+B' 또는 'A+C' 복합제가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한 약물이 특정 연령대나 성별에서 많이 처방된다는 정보를 통해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신약 도입 과정에서도 처방 데이터는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제약사가 해외로부터 신약을 들여올 때 코아제타가 구축한 처방 및 보험약가 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약물이 얼마의 보험약가를 받을 수 있는지 예측한다. 이미 구축된 처방 시장 파악을 통해 향후 발매를 검토 중인 제품의 시장성도 미리 내다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제약사가 향후 발매할 신제품의 보험약가, 시장성을 예측할 수 있다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코아제타가 제공하는 빅데이터 활용 서비스

◇제약사 전 제품 처방 정보 제공..영업ㆍ마케팅 전략에 활용

코아제타의 제약사의 마케팅·영업 전략에 활용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PBD Sales'라는 정보인데, 특정 제약사가 보유한 제품의 전수 처방 정보를 심평원을 통해 제공한다.

이 대표는 “제약사가 자사 제품의 전수 처방 정보를 주문하면 위임장을 받아 심평원에 직접 가서 자료를 확보한 이후 재가공 절차를 거친 정보를 해당 제약사에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의약품의 전수 처방 정보는 판매 중인 제약사만 열람할 수 있다.

이 정보는 단순히 제약사가 보유한 의약품의 처방실적만 포함된 것은 아니다. 시·군·구 단위 지역별 처방실적, 환자 특성별 처방실적 등이 대거 포함된 빅데이터다. 제약사가 일정 비용을 지급하면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의 실제 처방 정보를 모두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약 4개월 전까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제약사가 자사 제품이 어디에서 얼마나 팔리는지를 파악한다면 마케팅·영업 전략 수립이 훨씬 수월해자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예를 들어 간판 위장약 D가 유독 전남 지역에서만 처방이 나오지 않는다면 전남 지역에 대한 영업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이어진다. D 제품이 서울 강남구의 60대 여성에 처방이 집중됐다는 정보가 확인되면 다른 지역에도 60대 여성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수 있다. 이 제품이 가장 많이 처방된 적응증을 파악할 수 있다면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영업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사실 제약사가 자사 제품의 실제 처방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의료기관의 의사들을 찾아가 자사 제품의 처방을 유도할 뿐 처방 결과까지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제약사가 심평원으로부터 구매가 가능한 자료도 제한적이었다. 코아제타가 심평원과 제약사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 대표는 “자사 제품이 시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면 강점을 극대화하고 취약점을 보완하는 영업전략을 세우는데 훨씬 용이하게 된다. 영업사원들의 평가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고 했다.

코아제타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1년 남짓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제약사에 근무하면서 처방 정보를 활용하는 사업을 고민했는데, 최근에서야 심평원의 진료·처방 정보가 누구나 사용이 가능한 공공데이터로 분류되면서 이 정보에 접근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의약품 정보 포털 구축과 특허소송 정보 제공으로 빅데이터 사업 예열

코아제타는 자체 구축한 의약품 정보 홈페이지 '파마제타(www.pharmazetta.com)를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보 제공 예행연습을 마쳤다.

파마제타는 식약처가 공개한 의약품 정보(원료의약품 등록 정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승인 현황, 임상시험계획 승인 현황, 의약품 심사결과 정보 등)와 심평원의 보험약가 정보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축한 홈페이지다. 곳곳에 흩어진 의약품 정보를 코아제타의 고유 프로그램을 통해 고도화 작업을 거쳐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구현했다. 의약품 성분을 입력하면 현재 허가된 동일 성분 제품 및 임상시험 정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시험 정보를 비롯해 해당 성분 의약품의 10년간 약가추이도 모두 볼 수 있다.

▲'파마제타' 홈페이지에서 조회한 고지혈증약 '크레스토10mg' 보험약가 변동 추이

코아제타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이전에 이미 ‘남들이 하지 않는 영역’에 먼저 진출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설립 초기 의약품 수출입 통관예정서, 의약품 생산실적 보고, 의약품 소포장 보고 등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다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본격 시행된 2015년부터 제약업게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한미FTA 발효로 도입된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제네릭 허가를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와 연계해서 내주는 제도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네릭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네릭 업체들은 특허도전에 성공한 제네릭에 부여하는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하기 위해 적극적인 특허전략을 가동했다. 우선판매품목허가는 가장 먼저 특허도전에서 승소한 제네릭은 9개월 동안 제네릭의 진입 없이 해당시장에 오리지널 의약품과 1대1로 경쟁하는 혜택을 말한다. 우선판매품목허가는 최초 특허심판 청구업체에 주어지는데, 특허심판은 최초 심판으로부터 14일 이내에 청구하는 제네릭은 모두 가장 먼저 청구한 것으로 간주된다.

코아제타는 특허청, 특허심판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정보를 활용해 제약사들에 특허소송 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제약사들이 경쟁사의 특허소송 정보 확보에 촉각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코아제타의 정보력은 큰 위력을 드러냈다. 정부의 정책 흐름을 예측하고 발 빠르게 정보를 확보하면서 업계에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제약사 50여곳이 코아제타로부터 특허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 대표는 "제약업계에 20년간 근무하면서 실무진들이 꼭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많이 느꼈다"면서 "향후 모든 마케팅ㆍ영업ㆍ개발 전략은 보다 정교해져야만 경쟁력을 높이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제약업체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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