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이 내년에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구직자들의 노력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는 1일 지난 해 하반기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 ‘베스트 & 워스트’ 지원자 사례를 모아서 1일 발표했다.
■업종ㆍ기업인재상에 맞는 면접 준비 필요
대부분의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각 기업의 업종과 인재상에 맞는 인재를 찾기 위해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옥석을 가리기 마련이다.
특히 지원하는 회사에 대한 애정과 함께 성실성을 갖춘 구직자라면 어느 기업의 인사담당자라고 하더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GS칼텍스 인사담당자는 "자사 경쟁력을 면밀하게 분석, 향후 회사가 취해야 할 중ㆍ장기 사업전략을 세워온 지원자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GS칼텍스 면접전형에는 몇 개의 주제 중 1개를 선택해 개별 프리젠테이션 하는 절차가 있는데 마침 장기 사업전략 제시에 관한 문제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 지원자는 준비된 전략을 소신껏 발표해 면접관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GS홈쇼핑 MD직군의 한 지원자는 자신을 상품화 한 뒤, 홈쇼핑의 방송형식을 빌어 ‘나를 판매한다’는 컨셉으로 자기를 소개했다.
이 구직자는 본인의 강점은 물론, 입사 후 포부까지 상품정보를 제공하듯 진행했고, 그 참신성이 면접관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인터넷 포털 '파란'을 운영하는 KTH 인사담당자는 "구직자 중에서 자신이 열성 유저임을 강조했던 지원자가 기억에 남는다"며 "이 구직자는 메일주소와 블로그는 물론 푸딩 등 각종 신규서비스까지 오랜 기간 사용해온 우수회원이었고,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팀단위로 진행되는 면접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지원자도 모범 사례로 꼽혔다. 스스로 먼저 팀원 모으기에 나서는가 하면 인사방법과 구호까지 직접 만드는 등 팀의 분위기를 리드한 이 지원자는 열성과 리더십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므토 토마토, 마르쉐 등을 운영하고 있는 아모제 인사담당자는 채용이 진행되기 6개월 전 입사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이메일로 물었던 지원자가 인상 깊다고 했다.
실제로 6개월 후 면접에서 그 지원자는 자신이 아모제에서 일하기 위해 반년 동안 준비해온 것들을 하나하나 나열해가며 이야기 했고, 결과는 물론 합격이었다.
카페아모제 메뉴개발자 면접에 참여한 지원자는 현재의 메뉴분석과 문제점, 추가됐으면 하는 메뉴를 논문형식으로 제출했고, 철저한 사전준비성을 높이 평가 받아 입사에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구직자는 '사절'
이에 비해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구직자들의 인성과 기본에 얼마나 충실한가도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남양유업 인사담당자는 "타사와 중복 합격한 후 태도가 돌변하는 지원자가 가장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채용전형에서는 상냥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궁금한 점을 수시로 전화해서 물어보던 지원자가 타사와 중복 합격이 된 이후에는 거만하고 예의 없게 전화 받는 것을 넘어 불참 사실도 사전에 통보하지 않았다"며 "또 면접탈락 이후 취업 커뮤니티에서 회사를 비방하는 지원자도 인사담당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든다"고 전했다.
GS홈쇼핑 인사담당자는 "면접에 부모님과 함께 오는 지원자, 자기소개서에 회사의 이름을 잘못 기재하거나 경쟁사명을 적은 지원자, 회사의 위치를 잘못 알고 엉뚱한 곳에서 대기하다가 뒤늦게 전화하는 지원자 등이 난감하다"고 밝혔다.
KTH 인사담당자는 "압박면접에서 눈물을 보인 지원자를 가장 당황스러운 사례"라며 "지원자의 역량과 능력은 높이 평가되었지만 업무강도 및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을 거라고 판단, 불합격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또한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지원자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며 "정신집중을 위해, 긴장감 때문에 등 저마다의 이유는 있지만 긍정적인 인상을 끌어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동원그룹 인사담당자는 "음주상태로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자가 가장 황당했다"며 "혀가 꼬일 정도는 아니었지만 면접장에 들어오는 순간 술냄새가 진동을 했고,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성 인사담당자에게 '언니'라고 호칭하는 등 예의 없는 행동을 보였던 지원자도 워스트 사례로 꼽았다.
커리어 김기태 대표는 "치열한 채용경쟁 속에서 남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참신하고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면접에 임하는 지원자가 늘고 있다"며 "자신의 열정과 정성을 보이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튀거나 돌발적인 행동은 오히려 감점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