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상ㆍ하원 지도부 면담…“사드 번복 의구심 버려도 좋다”

입력 2017-06-30 08:44수정 2017-06-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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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관련 ‘민주적·절차적 정당성’ 강조…“촛불혁명은 美민주주의가 활짝 피운 꽃”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스트롬 서몬드 룸에서 열린 미 상원 지도부 간담회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군사위원장(오른쪽)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리처드 버 공화당 정보위원장, 오른쪽에서 두 번째는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한미 정상회담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 의회 지도부를 만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번복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에 확산돼 있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절차적·정당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기존 입장은 재확인해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견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호혜적 효과를 언급하면서 의회 차원의 지지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상ㆍ하원 지도부를 잇달아 면담한 자리에서 “사드 문제는 한미동맹에 기초한 합의이고 전 정부의 합의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다”며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절차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이므로 민주적ㆍ절차적 정당성은 꼭 필요하다”며 “촛불혁명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한 시기이며, 그만큼 사드에 대한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요구도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사드 배치 합의를 존중하면서도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환경영향평가 때문에 절차가 너무 늦어지지 않느냐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며 “사드는 북한 도발 때문에 필요한 방어용이므로, 북핵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 문 대통령은 “이제 한ㆍ미는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상무부 조사에 따르면 한미 FTA 발효 이후 5년간 세계 교역액은 12% 줄었지만 한미 교역액은 12% 늘었고, 한국과 미국의 수입시장에서 서로 점유율이 늘어났다는 것이 문 대통령이 제시한 근거다.

그러면서 “미국이 걱정하는 것은 여전히 상품교역에서 한국의 흑자가 많다는 건데, 거꾸로 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의 흑자가 많고 한국의 대미 투자액이 미국의 대한국 투자보다 훨씬 많다”며 “전체를 종합하면 이익의 균형이 맞다”고 피력했다.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선 “북한 주민의 생활 속에 시장경제가 일어나고 휴대전화가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등 많은 변화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흡사 중국의 개혁개방 시기의 모습과 비슷한데, 북한이 내부로부터 변화시키는 방법에도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과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시장경제나 남한 체제가 우월하다는 교육 효과도 있었지만, 지금은 쉽게 사업을 재개할 수 없다”며 “적어도 북핵 폐기를 위한 진지한 대화 국면에 들어설 때만 논의할 수 있고, 이는 당연히 국제적 공조의 틀 안에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 핵ㆍ미사일이 더 고도화되는 것을 막고 종국적으로 완전한 폐기가 한미 공동의 목표”라며 “강력한 한미동맹으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기에 어느 때보다 해결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근원적 해결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 해결에 대한 중국 역할론과 관련, 문 대통령은 “중국도 지난 미ㆍ중 정상회담 이후 나름 노력했다”며 “북한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까지 가지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과 중국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며 미루었을 뿐, 지금 북한은 여전히 준비하고 있고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좀 더 역할을 할 여지가 있으며, 시진핑 주석을 만나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미 의회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수차례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했다.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와 찰스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미국 상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는 “한국의 촛불혁명은 미국이 한국에 이식해준 민주주의가 활짝 꽃을 피운 것으로 생각하는데, 미국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 점에 대해서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저의 이번 방미가 군사ㆍ경제동맹을 넘어 항구적 평화를 끌어내는 위대한 동맹으로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었다면 웜비어 씨의 불행한 죽음도 없었을 것이므로 나도 정치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미국 국민이 느꼈을 비통함을 깊이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주한미군과 미국 국민과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북핵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굳건한 한미동맹과 공조 속에서 그 문제를 최우선의 외교적 과제로 삼아 노력한다면 반드시 해결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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