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화장품에 국한된 지원서 벗어나 의약품 관광 금융 등 아우를 범부처 추진기관 절실"
잠재적 소비자가 전 세계 18억 명, 시장 규모가 2조 달러에 육박하는 ‘할랄 시장’이 신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림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할랄 시장으로의 수출 규모는 9억1260만 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에 비해서도 8.8% 증가한 규모다.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국가에서 할랄 인증 기준이 강화되는 추세고 이에 따라 태국, 대만, 일본 정부에서도 할랄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 정부도 이에 발을 맞출 때라고 지적한다.
우리 정부의 할랄 정책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의 한국식품연구원(한식연) 해외식품인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식약처와 중기청, 공공기관인 코트라 등으로부터의 일부 지원이 덧붙여져 이뤄지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림부는 지난해부터 할랄 식품산업 육성이라는 큰 그림 하에 해외식품인증지원센터 사업, 할랄 도축·도계장 사업, 외식업체 리모델링 사업, 인증비용지원 사업 등 4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개소한 해외식품인증지원센터는 할랄·코셔 등 식품 인증을 중심으로 한 정책 지원을 주업무로 하며 10여 명의 직원들이 할랄 수출상담실 운영, 시장정보 제공, 인증절차 지원 등을 수행한다.
센터가 사실상 주요 할랄 지원 기관이라고는 하지만 예산이나 인력, 지원 내용 면에서 기업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또 식품이 할랄 산업의 60%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농림부 산하 한식연이 추진 기관으로 힘을 얻긴 했지만 농림부 관할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하는 할랄 시장에서 식품 영역 지원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 한 할랄 전문가는 “이슬람국가들이 할랄 인증을 요구하는 품목이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섬유, 관광, 금융 등의 영역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식약처나 농림부에서 화장품, 식품에 국한된 할랄 지원 영역을 통합해서 전략적이고 장기적으로 할랄 산업을 끌고 갈 수 있는 범부처 추진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외인증지원사업에 관해 노장서 한국할랄산업연구원 박사는 “동남아는 특히 할랄 인증에 대한 인식이 중동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인데다 동남아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최근 할랄 인증이 의무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짚었다. 노 박사는 이어“할랄 수출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인증이 더 활성화돼야할 뿐만 아니라 국내 인증기관의 공신력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할랄 시장 진입의 선행 조건인 인증이 해결되고 나면 다음에 기업이 부딪치게 되는 것은 현지 정보의 결핍과 현지 마케팅의 벽이다. 조영찬 할랄협회 대표는 “센터 홈페이지나 코트라 등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기업 입장에서는 생동감있는 현지시장 정보라기보다는 박제된 정보에 그친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임병용 할랄수출협회 사무국장은 “인증이 가장 기본적인 전제이지만 현재 턱없이 부족한 마케팅 지원도 대폭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로운 지원 사업을 만들기보다는 코트라나 중기청 등에서 할랄 붐이 일기 전부터 시행해온 다양한 수출기업 지원사업에서 할랄 수출 기업들을 위한 쿼터를 확보하고 늘려나가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면서 “살아있는 현지 시장 정보 제공, 바이어 발굴, 국내외 전시, 수출 상담회 등의 보다 실효성있는 마케팅 지원이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할랄 정책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참고할 수 있는 국가로 태국을 꼽는다. 조 대표는 “태국은 비이슬람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할랄 정책 기관과 연구 기관 두 조직은 이상적인 관계”라며 “촐라롱콘대학 내 할랄사이언스센터가 할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백데이터를 생산해 할랄인증 실행기관인 사이콧(CICOT)에 제공하고, 사이콧은 이를 바탕으로 인증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이나 미주의 경우 국가 지원 대신 네슬레 같은 현지 글로벌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들어 할랄 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한국의 경우는 정부의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