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이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가 사실상 장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9억 원 추가 지원을 요청받았으나, “법적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거절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64) 전 대통령과 최 씨의 18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SK 측이 박 전 대통령의 89억 원 출연 요구를 거절한 경위를 설명했다.
진술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해 2월 23일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K스포츠재단 관련 자료를 보낼테니 잘 검토해 협조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 최태원 SK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단독 면담 직후였다. 그는 "안 전 수석의 평소 성격으로 봐서 윗분(대통령)이 말씀하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K스포츠재단 정현식 전 사무총장 등은 SK측에 최 씨 소유의 독일회사인 코레스포츠에 50억 원 등 총 89억 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 사장은 "당시 안 전 수석으로부터 '박영춘 전무가 빡빡하게 군다. 대통령 관심 갖고 지시한 사안인데 왜이렇게 빡빡하게 구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을 듣고 청와대 측에 불쾌함을 주지 않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 사장은 고민 끝에 안 전 수석에게 '사업 수행에 리스크와 문제가 많다. 청와대와 K스포츠재단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거절하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K스포츠재단 요구에 법률적 리스크가 있고 뒤탈이 날 거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장은 검찰이 "최태원 회장이 두 차례나 처벌을 받아서 더 신중히 생각해야겠다고 여긴 것이냐"고 묻자 "모든 외부 부탁 등은 법률적 리스크를 매우 세게 따지고 있다. 엄격한 기준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안 전 수석에게 K스포츠재단 사업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한 이유로는 "재단 실무자가 부풀려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윗선의) 진의가 뭔지 확인하지 않고 진행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