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주도 AIIB, ADB 제치고 ‘亞 인프라 투자’ 강자로

입력 2017-06-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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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출범 회원국 77개국… ‘5대 주주’ 한국 부총재직 상실 위상 흔들

지난해 초 중국 주도로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미국과 일본을 축으로 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위협하고 있다. AIIB는 출범 2년째를 맞고 있지만, 회원국 숫자에서부터 위상까지 성장 속도가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우리 정부도 AIIB 내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ADB에 이어 점점 입지를 확대하고 있는 AIIB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 모색이 절실한 상황이다.

AIIB는 지난해 초 설립 후 중국 베이징에서 제1차 연차총회를 개최한 데 이어 제2차 연차총회 지역으로 우리나라의 제주도를 선정했다. 이번 AIIB의 제2차 연차총회는 이달 16~18일 제주도에서 열린다.

AIIB에서 우리나라의 지분율은 4.06%로, 중국(32.33%) 인도(9.08%), 러시아(7.09%), 독일(4.87%)에 이어 다섯 번째이다. 우리나라의 투자금액은 37억 달러(약 4조2000억 원)이다. 지분율로 놓고 보면 AIIB 연차총회 순서도 다섯 번째로 열리는 게 맞지만, 설립 주최국인 중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개최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우리 정부가 AIIB 내에서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AIIB의 우리 몫인 부총재직을 소화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AIIB 창립 회원국인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 AIIB 부총재에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을 추천해 임명했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들어 돌연 휴직계를 내고 잠적하면서 AIIB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를 받았다. 이 때문에 하루 빨리 우리정부 인사가 AIIB 부총재 자리에 복귀하는 게 급선무이다.

◇AIIB, 설립 2년째 급성장 = 설립 2년째를 맞고 있는 AIIB의 위상과 영향력은 엄청나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제안으로 설립된 AIIB는 1000억 달러의 자본금으로 지난해 1월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AIIB는 아시아 각 지역의 인프라 건설에 적극 투자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를 실현하는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다.

AIIB는 지난 3월 캐나다와 홍콩, 벨기에, 아일랜드, 헝가리, 페루 등 13개국의 가입 신청을 승인하면서 회원국이 70개국으로 늘었다. 단숨에 ADB 회원국 67개국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달에도 AIIB는 이사회를 열어 칠레, 그리스, 루마니아, 볼리비아, 키프로스, 바레인, 사모아 등 7개국 회원가입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6월 현재 AIIB 회원국은 77개국이다. 현재 주요 7개국(G7) 중에서는 미국과 일본만 AIIB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AIIB를 이끌고 있는 진리췬(金立群) 총재는 AIIB 회원국을 더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진 총재는 지난달 14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한 뒤 “AIIB는 올해 말까지 총 85개 회원국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자금원으로 하는 건설 프로젝트 참가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회원국이 계속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투자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월 정식 운영을 시작해 아시아·중동 지역 등에서 13건의 교통망·인프라 확충과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에 총 21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주로 에너지(46%)를 포함해 교통(31%), 도시(15%) 등에 집중적인 자금이 들어갔다.

◇우리정부, AIIB 영향력 확대 필요 = AIIB가 설립된 이후 ADB와 긴장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태생적인 배경과 역할이다.

인프라 투자를 핵심으로 하는 AIIB 성격상 진출 영역에서 ADB와 일정 부분 겹치면서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 또한 설립을 주도한 주체도 다르다 보니 갈등의 형태로 비치기도 한다. 이는 ADB가 미국과 일본을 주축으로 설립된 기구인 반면 AIIB는 중국이 사실상 주도하면서 만들어진 조직체라는 점에서다. 두 기구의 갈등은 이 같은 표면적인 배경으로 표출되는 양상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는 시각이다.

미국과 일본이 AIIB의 급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배경은 AIIB와 겹치는 사업 영역보다는 중국의 숨은 의도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자금원이 AIIB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AIIB는 출범 2년 만에 ADB를 위협하며 아시아권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AIIB 내에서 우리정부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달 11일 한국은행이 낸 ‘AIIB 현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AIIB에서 경제적 이익 외에도 중국 등 회원국과 협력관계 강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AIIB에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발언권 확보 등 참여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당장 AIIB의 부총재 자리에 우리정부 인사가 올라 설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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