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티스, 리베이트 사건으로 검찰 조사 2번ㆍ약가인하ㆍ500억대 과징금ㆍ판매금지 된서리..'중복 처벌로 기업활동위축ㆍ환자불편초래' 지적도
‘검찰 기소, 식약처 과징금 2억원과 12개 제품 판매금지 3개월, 보건복지부 과징금 559억원과 9개 품목 건강보험 급여정지 6개월,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5억원과 검찰 고발’
세계 1위 제약사 노바티스가 국내에서 의료진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건넨 사실이 적발되면서 수난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정부의 리베이트 제재 수위가 강화된 이후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되면서 유례없이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리베이트 적발되면 쪽박찰 수 있다’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부처간 중복된 제재에 기업 활동 위축과 환자 불편이 초래된다며 일관성있는 처분 기준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국노바티스는 2011년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정경쟁규약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해외학술대회 참가경비 지원을 부당한 판촉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한국노바티스는 총 381회의 학술대회 참가 의료인에게 총 76억원의 경비를 지원했는데 이 과정에서 처방 실적이 우수하거나, 향후 처방량 증대가 기대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위범행위를 통한 지원이 이뤄졌다.
현행 규약상 제약사가 의사들의 해외 학회 참가 경비를 지원하는 경우 학술 대회만을 지정해 협회에 기탁하는 방식으로 해야 하며, 학술 대회 참가자 개인에 대한 직접 지원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번 공정위의 제재는 최근 검찰이 적발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다. 앞서 서울서부지검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지난해 8월 한국노바티스가 의료인 등에 25억9000만원 규모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전현직 임원 6명을 불구속 기소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노바티스는 이번 리베이트 사건으로 유례없이 강도 높은 제재를 받게 됐다.
우선 같은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2번 받게 됐다는 점이 이채롭다. 검찰의 기소로 촉발돼 공정위의 부당고객유인행위 과징금이 부과됐는데 또 다시 공정위가 한국노바티스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은 당초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한 이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라고 요청했고, 부당고객유인행위가 확인돼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의 해외 학술대회 참가비 지원은 부당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하는데,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는 공정위의 검찰 고발이 전제돼야 검찰이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한국노바티스는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또 다시 동일한 시기에 진행된 불법 리베이트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한국노바티스는 검찰의 리베이트 사건 발표 이후 식약처로부터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식약처는 지난 2월 ‘가브스정50mg’ 등 30개 품목에 대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행정처분을 28일 확정했다. 리베이트 의약품의 행정처분 기준은 판매금지 3개월이지만 한국노바티스는 과징금 2억원으로 갈음했다. 식약처는 '엑셀론캡슐1.5mg' 등 12개 품목에 대해서는 판매금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후 복지부도 행정처분에 나섰다. 복지부는 지난달 ‘엑셀론’ 등 9개 품목에 대해서는 6개월 건강보험 급여 정지를 결정했고 ‘글리벡’ 등 33개 품목의 리베이트 처분은 과징금 559억원으로 대체했다. 과징금 규모는 한국노바티스의 지난해 매출 4484억원의 12.5%에 해당하는 무거운 징벌이다.
복지부의 처분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의약품 보험 급여 중단’이 적용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리베이트 투스트라이크 아웃’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리베이트 금액에 따라 해당 품목의 보헙급여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적발된 리베이트 규모가 1억원 이상일 경우 해당 의약품의 보험급여가 1년 동안 중단된다. 5년 이내에 또 다시 적발되면 영구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복지부는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해 경고처분을 내린 적은 있지만 급여정지 처분은 노바티스가 처음이다.
과징금 부과 대상 33개 품목은 급여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대체 의약품이 없거나 환자들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전년도 급여비 총액의 30%를 한국노바티스가 지급토록 했다.
결국 1건의 리베이트 사건으로 한국노바티스는 임직원과 리베이트 수수 의사들의 무더기 기소, 과징금 566억원, 12개 품목 판매금지 3개월, 9개 품목 급여정지 6개월 등 무거운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한국노바티스는 자금 마련 방법에 의심을 품고 국세청이 고강도 세무조사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감사원이 지난 2012년 '건강보험 약제 관리실태' 감사를 통해 "리베이트로 적발된 제약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이후 국세청은 제약사들을 상대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진행해왔다.
최근 정부 부처별로 의약품 리베이트 제제 강도를 높인 결과 노바티스가 전방위로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된 셈이다. 이미 노바티스는 영업현장에서 신뢰도에 흠집이 난 상태다. 최근 강화된 리베이트 규제에 따라 ‘리베이트 적발되면 쪽박찰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이어질 조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같은 사안을 두고 정부 부처마다 별도의 제재를 내리는 탓에 과잉 처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로 복지부의 급여정지 처분의 경우 글리벡과 같이 대체약물이 존재하는 제품도 환자들의 요청에 의해 과징금으로 대체하면서 실효성에 물음표가 제기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글리벡은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에스티, CJ헬스케어 등 13개 업체가 31개의 제네릭을 판매 중이다.
복지부는 "글리벡이 백혈병 환자가 복용하는 중증질환 치료제라는 점을 감안, 환자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제네릭으로 변경했을 때 불안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일부 의료진과 환자들의 의견에 수렴, 급여정지 6개월 대신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제약사 한 관계자는 “오리지널과 동등성을 인정받고 제네릭을 허가했는데도 일부 의료진과 환자단체의 지적에 글리벡의 급여 정지를 유보하는 것은 정부가 제네릭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관련 주무부처의 정책과 입장 등은 무시하고 일부의 ‘우려’만을 고려해 봐주기식 행정처분을 내렸다”며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식약처의 판매금지 3개월 처분은 제약사가 도매상이나 약국에 공급하는 행위만 제한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처분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불법 리베이트는 강력하게 처벌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정부 부처들의 반복된 처벌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환자와 의료진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리베이트 처분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처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고 균형잡힌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