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은 조용하고 한 쪽은 시끄럽다. 전자는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고, 후자는 같은 그룹 멤버 탑이다.
원래는 반대가 됐어야 마땅하다. 솔로컴백을 앞둔 지드래곤은 응당 요란한 프로모션을 벌였어야 하고 의경 복무 중인 탑은 조용히 일과를 수행했어야 한다.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린 것은 지난 1일. 탑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적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검찰 송치와 불구속 기소, 그리고 병원 입원까지, 연일 탑의 소식이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하면서 상대적으로 지드래곤의 솔로 음반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8일, 지드래곤의 솔로 음반 발매일이 당도했다. 음반명은 ‘권지용’, 타이틀곡은 ‘개소리’다. 1990년대에 대한 오마주가 느껴지는 음반 재킷이나 파격적인 제목이 눈길을 끌지만 딱 거기까지다. YG엔터테인먼트는 탑의 대마초 스캔들이 불거진 이후 지드래곤 솔로 음반 홍보를 중단한 상태고, 그동안 SNS를 통해 음반 홍보에 열을 올렸던 양현석 회장이나 지드래곤 역시 비슷한 시기 SNS 활동을 멈췄다. 지드래곤의 솔로 음반은 이상할 정도로 베일에 싸여있다.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나 지드래곤만의 오리지널리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팬덤은 거대하고 대중적인 관심도 역시 높다. 첫 솔로곡 ‘하트브레이커’에서부터 가장 최근 발매곡인 ‘삐딱하게’까지 단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 없다. 매체들은 지드래곤의 컴백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부터 열풍을 기대하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고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탑의 대마초 스캔들은 지드래곤의 컴백 프로모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지만 지드래곤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기도 하다. 반갑지 않은 상황이지만 손 쓸 도리가 없다. 지드래곤은 정면 돌파를 택했다. 지난 3일 일본에서 열린 팬 이벤트에서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탑을 대신해 사과하기도 했다.
지드래곤의 솔로 활동은 팬들과 대중뿐만 아니라 YG엔터테인먼트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하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YG엔터테인먼트의 앞선 주가 상승 요인으로 지드래곤의 컴백 및 솔로 월드 투어에 따른 하반기 실적 모멘텀을 꼽았다. 탑 스캔들 이후 YG 주가가 떨어진 배경 역시 탑이 아닌 지드래곤의 흡연 여부에 대한 합리적 의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기훈 연구원은 “지드래곤이 활동을 잘 해주는 것만으로도 우려는 서서히 불식되겠지만, 언급하기 불편한 부분이 있더라도 투자자들 혹은 팬들을 위한 공식적인 해명이 있다면 불확실성은 빠르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수’ 지드래곤의 역량은 ‘연예인’ 탑의 스캔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지드래곤은 이날 음반 발매에 이어 오는 10일 국내 콘서트를 개최한다. 공연은 아시아, 북미, 오세아니아 일대의 19개 도시를 도는 월드 투어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