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50조 원 늘어나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금을 보유한 기업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주주친화적인 이사회가 들어설 경우 보유 현금에 대한 배당압력이 더욱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0대 그룹 상장사의 유보액은 지난해 말 기준 724조7894억 원으로 2015년 말 674조4765억 원보다 50조 원 증가했다. 전년과 비교해서는 10대 그룹 모두 유보액이 늘었다. 유보액은 자본에서 자본금을 뺀 금액으로, 이익잉여금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계산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이 298조 원의 유보액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 150조 원, SK 77조6000억 원 순이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및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을 담고 있다. 핵심은 기업 내부적으로 경영투명성을 제고하고 책임 경영을 담보하긴 위한 장치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돼 대기업의 오너 일가를 견제하고 소수·소액주주 권리에 집중하는 이사회가 들어설 경우 배당 대신 사내유보를 많이 하고, 사내유보금이 투자재원으로 활용했던 대기업들의 경영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유 현금에 대한 배당압력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대 그룹 중 가장 크게 배당상향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배당 대신 막대한 현금을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그룹이다. 핵심 계열사들이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된 지배구조를 가진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대한 오너 지분율이 낮다보니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배당으로 주주와 남기는 대신 사내에 남겨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양형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으로 주주친화적 성격의 이사회가 설립될 경우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하는 부분이 바로 현금의 사용처”라며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이와 같은 낮은 배당성향은 충분히 빠르게 증가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