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모두 기업에 불리한 공약
영국이 내달 8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앞둔 가운데 어느 당이 승리하든 기업이 직면한 사업 환경은 지금보다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보수당의 테리사 메이 총리와 노동당의 제레미 코빈 대표 모두 기업에 불리한 공약을 내놨다고 30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2주 전 보수당은 노동당과 지지율을 20%포인트 격차를 보이며 총선 승리의 가능성을 높였으나 최근 양측의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까지 줄었다. 통상 투자자들과 기업 경영진들은 사회당보다 보수당이 집권하는 것을 바라왔다. 그러나 보수당과 사회당 어느쪽이든 집권이 확정되면 기업이 받을 불이익은 적지 않다.
메이 총리가 속한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힘을 받게 된다. 그런데 브렉시트 자체가 기업에는 악재다. 이미 글로벌 금융 업체들은 브렉시트가 가져올 악영향에 대비해 영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 항공사들도 브렉시트가 경영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 시 ‘노 딜(No deal)’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총선 공약집에서 그는 “나쁜 딜보다는 노딜이 낫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지난 29일에도 메이 총리는 EU가 내놓은 협상안이 마음이 안 들 경우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측의 근거 중 하나였던 ‘이주민 통제’도 기업에는 악재다. 메이 총리는 연간 순 이주민 규모를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이주민 통제를 강화하는 방편으로 기업이 외국인을 고용할 때 현재보다 2배 큰 규모의 과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영국 기업이 비EU 시민을 고용하면 한 명당 매년 1000파운드(약 146만 원)의 세금을 내는데 이를 2022년까지 연간 2000파운드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영국 상공회의소는 “메이 총리의 정책은 규모, 분야, 기업의 국적을 불문하고 큰 우려를 안긴다”고 밝혔다. 또 연간 영국으로 들어오는 이주민은 10만 명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작년에 영국으로 유입된 이주민은 27만3000명에 달했다.
메이 총리는 ‘평범한 노동자를 위한 정부’를 기치로 내건 만큼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근로자들이 기업 이사회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상장 기업은 노동자들을 대변하는 제3의 인물을 선출해 이사회에 주장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노동당 코빈 대표의 공약은 메이 총리보다 직접적으로 기업 경영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대표적인 게 법인세 인상이다. 노동당은 현행 대기업 법인세를 19%에서 21% 당장 올리고 나서 10년 안에 26%로 상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상공회의소의 아담 마셜 사무총장은 “노동당은 중소기업의 발전 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하지만 경영자들은 법인세 인상에 주목하고 있다”며 “법인세 인상은 기업을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빈 대표는 철도, 에너지 기업 등을 국유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영화된 철도 회사를 공적 소유로 돌리고, 수도 회사들도 국가 소유로 돌리겠다는 방침이다. 영국 상공회의소의 마셜 사무총장은 “높은 세율, 국유화, 기업 경영에 정부가 개입하는 정책 등은 역동적인 사회를 만들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코빈 대표는 공공부문에 한해 적용되는 최고임금제를 제안했다. 최저임금처럼 임금의 상한선을 법으로 정해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나 정부 사업과 입찰 계약을 맺은 기업을 대상으로 가장 적은 임금을 받는 직원과 가장 많은 임금을 받는 간부 간 급여 차이를 20배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코빈은 무급 인턴십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노동조합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공약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