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딥 체인지(Deep Change) 2.0’을 가동해 배터리·화학 사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는 동시에 기존의 석유·윤활유·석유개발 사업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과감한 인수합병(M&A)과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업구조와 수익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30일 서울시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딥 체인지 1.0으로 짧은 여름과 긴 겨울의 ‘알래스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경영전쟁터(Battle Field)를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옮기는 딥 체인지 2.0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초원은 약육강식 게임의 룰이 지배하지만 경쟁력만 있으면 생존은 물론 성장에 제약이 없다.
딥 체인지는 SK그룹이 성장 정체에 빠진 그룹 및 각 사 단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입한 경영법이다.
SK이노베이션이 딥 체인지 2.0을 선언한 데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 4차 산업 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의 진보 등으로 인해 사업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두 번째 딥 체인지를 위한 준비도 마쳤다. 김 사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과 올 1분기 조 단위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2014년 말 8조 원에 육박하던 순 차입금을 1조 원 미만으로 줄이는 등 새로운 성장을 위한 충분한 체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SK이노의 딥 체인지 2.0은?=딥 체인지 2.0의 방향은 △안하던 것을 새롭게 잘 하는 것(배터리·화학 분야) △잘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잘 하는 것(석유·윤활유·석유개발 사업)이다.
김 사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배터리와 화학 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딥 체인지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No.1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투자는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를 포함한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투자를 하기로 했다.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25GWh에서 2020년 110GWh로, 다시 2025년에는 350~1000GWh로 초고속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시장 상황 및 수주 현황을 반영하여 생산량을 작년 말 기준 1.1GWh 수준에서 2020년에는 10GWh로 늘린 뒤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30%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또한 한번 충전으로 500Km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18년까지, 700Km까지 갈 수 있는 배터리는 2020년 초까지 개발하기로 했다.
화학 사업은 국내 생산 중심, 기초 화학제품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중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지 중심 생산 능력 확보, 고부가 분야인 포장재(Packaging) 및 자동차(Automotive) 용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이에 필요한 M&A는 과감하고 지속적으로 실행하기로 했으며, 이미 고부가가치 패키징 분야의 기술과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다우케미칼의 EAA사업 인수를 진행 중에 있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SK종합화학을 글로벌 10위권의 화학 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석유와 윤활유 및 석유개발 사업은 글로벌 파트너링 확대를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
석유사업은 동북아-동남아-중동을 연결하는 이른바 3동(東) 시장에서 생산-마케팅-트레이딩 연계 모델을 개발하고,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해 이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특히 동북아에서는 원유 공동 조달(Sourcing) 및 반제품 교환 (Swap) 등 수급 분야에서 협력 모델을 찾고, 북미에서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것도 추진할 예정이다.
윤활유사업은 고급 윤활유의 핵심 원료인 그룹III 기유 시장에서의 글로벌 1위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해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수익구조 개선도 함께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그룹Ⅲ 기유 시장은 지난 2015년 4.2백만 톤에서 2025년 6.3백만 톤으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석유개발사업(E&P)은 저유가로 수익성은 악화되었지만, 저유가에서도 사업기회가 존재하는 만큼 전통자원은 베트남, 중국 중심으로, 비전통자원은 북미에서 균형 잡힌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현지에서 셰일 자원을 생산 중이며 올 초에는 석유개발사업 본사를 미국으로 옮긴 바 있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딥 체인지는 에너지·화학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플러스 알파(+α)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에너지·화학 중심 포트폴리오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위해 현재의 딥 체인지도 새로운 딥 체인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김 사장을 비롯해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 지동섭 SK루브리컨츠 사장, 최남규 SK인천석유화학 사장, 송진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 등 SK이노베이션 계열 사장과 각 본부장들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