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이 증시에 몰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봅니다.”
지금 증권업계는 한껏 들떠 있다. 코스피지수가 34년 만에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며 대세 상승장 초입에 돌입하자, 주식보다는 다른 투자처에 관심이 많았던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전날 2304.03으로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코스피지수가 23일에도 장중 사상 최고가(2326.57)는 물론 장 마감 지수(2311.74)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이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한 덕분이다. 외국인은 23일 잠시 순매도로 돌아섰지만, 지속적인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외국인들이 사들인 주식 규모는 무려 7조6552억 원어치에 달한다.
코스피가 대세 상승장 초입으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증시에 대한 투자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한동안 투자가 주춤했던 국내 증시에 1000조 원이 넘는 부동자금 중 상당수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시중 단기 부동자금 규모는 1010조3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본격 유입될 경우, 지수 상승을 강하게 견인할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단기부동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30조 원 넘게 몰려든 것으로 나타났다. MMF 설정액도 지난 17일 기준 137조6092억 원을 기록, 전년보다 30% 이상 늘어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MMF는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자금을 맡기는 데 많이 활용하는 단기금융상품으로 수시로 돈을 넣었다가 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시중 부동자금의 일부가 증시로 유입될 준비를 마친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코스피가 박스권에 묶이면서 거래대금이 정체됐지만, 최근은 거래대금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이라면서 “현재의 흐름은 시중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부터 주춤했던 주식형펀드 환매 움직임도 올해 매수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 일부가 국내 주식형 펀드로 다시 유입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장기간 이어진 순유출세가 일시적이 아닌 안정적인 순유입세로 전환했는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요즘 같이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투자의 방향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부동산 대책 등으로 상당수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팔고 다른 투자처를 찾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면서 “최근 뜨는 주식이 이들의 관심 포인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물론, 과도한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등 변수들이 여전히 도사리고 있고, 대형 IT기업들의 실적이 3분기 정점을 찍은 뒤 조정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추정치가 너무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잠재해 있는 상황에서, 기업실적 이익 상승 속도도 하반기에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면서 코스피지수 최대 전망치를 2400선 미만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