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정보 누설ㆍ통곡의 벽 방문ㆍ이스라엘 주재 대사관 이전 문제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도착한다. 미국 내에서 정치적 위기에 빠진 트럼프는 외교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서 주목할 점 5가지를 CNBC가 정리했다.
첫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와 관련해 이스라엘 첩보원으로부터 받은 민감함 정보를 러시아에 전달했다는 문제다. 지난 16일 이 사실이 확인되자 이스라엘이 IS에 급파한 스파이의 목숨이 위태롭다는 후속 보도도 나왔다. 이 스파이는 IS가 노트북 컴퓨터에 폭탄을 설치해 미국행 여객기를 격추하려 했다는 정보를 전달했으며 미국에도 해당 정보가 공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 “대통령으로서 전권을 갖고 러시아에 테러와 관련한 사실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큰 실수를 했다고 지적했다. 댄 샤피로 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은 민감한 정보를 지키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정보국의 대니 야톰 전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행동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안보에 중대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며 “정보기관들 사이에 믿음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번째는 ‘통곡의 벽(The Western Wall)’ 방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을 방문하는 첫 현직 미국 대통령이다. 통곡의 벽이 있는 곳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요르단으로부터 뺏은 동예루살렘이다. 이 지역은 국제사회가 국제공동관리지역으로 여기며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 트럼프는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인 만큼 이 지역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전 사전 답사로 이스라엘에 온 미국 고위 관리는 “통곡의 벽이 있는 지역은 이스라엘 영토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있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트럼프 정부의 태도를 종잡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백악관 측은 “예루살렘을 방문한 미국 관료의 개인적인 발언일 뿐 백악관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세 번째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선거 유세 당시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했다.
이전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으로 여겨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트럼프의 당선을 반긴 이유도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수도로 받아들이는 것을 시사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당선 뒤에 트럼프는 이 문제에서 유보적인 태도로 선회했다. 렉스 틸러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내 생각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지역의 모든 이해 당사자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신중한 자세를 취해왔다고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네 번째는 트럼프가 협상의 대가라고 자신하는 것처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의 마흐두므 압바스 자치 정부 수반을 이달 초 만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협상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모두가 전망하지만, 나는 중동 평화를 이뤄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지 한 번 해보자”며 “솔직히 사람들이 수년 동안 어렵다고 믿었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국 중재에 실패했다고 CNBC는 지적했다. 즉 아무리 거래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해도 해묵은 이-팔 갈등을 푸는 데 단번에 큰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섯 번째는 중동의 안보 위협이 커지는 것을 대비해 이스라엘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수니파 국가들과의 연합을 구축하는 문제다. 이란이 시아파 종주국으로서 팽창하면서 미국은 수니파 국가들에 힘을 실어줄 필요성이 커졌다고 CNBC는 분석했다. 사우디의 압둘 알주바이르 외무장관은 지난 20일 틸러슨 국무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힘과 결단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 평화를 위해 미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고위급 당국자들은 트럼프가 틀에 매이지 않은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을 낙관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이들은 사우디가 2002년 아랍연맹(AL) 정상회의에서 채택했던 아랍 평화이니셔티브를 계승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아랍 평화이니셔티브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아랍·이스라엘 평화 정착방안이다. 사우디 당국자는 “우리는 중동의 평화를 위해 앞장섰다”며 “다른 지역 상대국들과 협력해 중대한 진전을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배경이 복잡하고 갈등이 오래된 만큼 트럼프 정부가 마주한 과제도 단번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체류하는 동안 미국과 이스라엘 양국 모두 겉으로는 최고의 예우를 다하면서 협상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CNBC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