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위한 투표 전까지 우리는 각 당 후보자들이 한자리에서 벌이는 TV토론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시청하였다. 토론이 끝난 다음 날은 어김없이 전날의 토론 내용과 토론자의 어투, 태도 등이 화제에 올랐다. 만약 ‘막말’로 토론에 임한 후보자가 있는 날이면 그런 막말을 비판하면서 “그렇게 중구난방으로 말을 하면 되나?”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중구난방은 ‘衆口難防’이라고 쓰며 각각 ‘무리 중’, ‘입 구’, ‘어려울 난’. ‘막을 방’이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해석하자면 ‘여러 사람이 함께 말하는 입은 막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중구난방의 원래 의미는 ‘여러 사람이 함께 주장하는 말을 막기 어렵다’ 혹은 ‘여러 사람이 각기 하는 많은 말은 일일이 다 대응하여 막기 어렵다’이다. 그런데 뜻이 확대되어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사람이 마구 지껄이는 것을 이르는 말”이라는 의미도 갖게 되었다.
따라서 한 사람이 하는 말에 대해서는 아무리 말에 조리가 없고 무례할 정도의 ‘막말’이라고 하더라도 ‘중구난방’이라는 표현을 할 수 없다. 한 사람의 입은 중구(衆口)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한 사람이 해대는 허튼 말에 대해서도 중구난방이라는 표현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말의 오용이다.
한 사람이 해대는 허튼 말에 대해서는 ‘횡설수설(橫說竪說)’이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橫’과 ‘竪’는 각각 ‘가로 횡’, ‘세로 수, 세울 수’라고 훈독한다. 가로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나가다가 느닷없이 세로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는 조리 없는 말을 횡설수설이라고 한다.
대통령 후보자라면 막말을 해대거나 횡설수설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말이 바로 서야 바른 세상이 된다. 부드러우면서도 조리가 있는 말로 원만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선진사회이고 좋은 사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