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정파 초월’ 마크롱의 탕평

입력 2017-05-1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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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국방 장관으로 앉힌 실비 굴라르 유럽의회 의원. 출처 =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성별과 정파를 초월한 파격 인사로 주목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22명의 각료를 인선했는데 이 중 정확히 절반인 11명을 여성으로 채웠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날 발표된 각료 중 부처 장관 9명, 하위부처장관 2명이 여성이다. 여성 국방부 장관으로는 실비 굴라르 유럽의회 의원이 임명됐다. 굴라르 장관은 중도 성향의 민주운동당 출신이다. 또 다른 여성 장관으로는 노동부 장관에 뮈리엘 페니코, 스포츠부 장관에 로라 프레셀 콜로비크 등이 포함됐다. 콜로비크 스포츠 장관은 올림픽 펜싱 에페 종목 출신 금메달리스트 선수라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 대해선 이념과 정파에 치우침 없는 탕평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정경제부 장관에 브뤼노 르메르 전 농무부 장관을 앉혔는데 그는 공화당 출신이다. 보수적인 성향의 공화당 출신 인사를 경제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색채를 띈 마크롱 대통령의 공약을 뒷받침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주당 근무 시간 확대를 통한 노동 유연화, 규제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법무부 장관에는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당 대표가 뽑혔고, 내무부 장관에는 제라르 콜롱브 리올 시장이 임명됐다. 바이루 법무부 장관은 중도 성향, 리올 내무부 장관은 사회당 상원의원으로 진보적인 성향이다. 바이루 법무부 장관은 대선 당시 마크롱의 신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와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39세의 젊은 나이인 만큼, 발표하는 첫 내각에도 젊은 피가 포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각료들의 평균 연령은 54세로 경륜 있는 인사들이 다수 합류했다. 가장 나이가 어린 각료는 33세의 무니르 마주비 디지털 담당 국가 비서이며 최고령 각료는 69세의 제라르 콜롱브 리올 내무부 장관이다. 경륜 있는 인사들을 적극적으로 내각에 들인 이유는 마크롱의 약한 정치적 기반을 보강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마크롱이 속한 정당은 현재 의회에서 보유 의석이 제로(0)다.

마크롱이 다양한 이념 스펙트럼을 모두 내각으로 끌어들인 이유도 다음 달 프랑스 총선에서 다수당 지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의석이 하나도 없는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정책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수당의 지위를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첫 총리로 야당인 공화당 소속 에두아르 필리프 르아브르 시장을 임명한 것도 정계 개편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컨설팅 업체 테네오인텔리전스의 안토니오 바로소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에서 의석 과반을 채우고자 정치적 균형을 취하려 했다”며 “이번 인선은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에 들어맞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즉 좌·우파와 중도를 넘나드는 조각을 선보여 총선에서 좌파와 우파 진영 모두에게 충격을 주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프랑스 총선은 다음 달 11일 1차 투표, 18일 결선투표로 치러지며 하원 의원 577명이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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