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세먼지는 경유차 탓? 제대로 된 통계부터

입력 2017-05-16 10:52수정 2017-05-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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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린 산업1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에너지 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경유세 인상’이다. 정부는 경유세 인상의 근거로 국립환경과학원의 ‘2013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를 꼽고 있다.

하지만 이 통계를 제대로 들여다보면 오히려 정부의 경유세 인상이 근거 없는 억지 논리임을 파악할 수 있다.

우선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세먼지 배출 원인은 제조업 연소(39%) 비중이 가장 높다. 이어 비산먼지(16%), 건설기계(13%), 고기구이나 찜질방 숯가마 등의 생물성 연소(12%) 순이며, 차량 운행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량은 10%에 불과하다.

더구나 차량 중 경유차만 미세먼지량이 나와 있고, 이마저도 정확성이 떨어진다. 해당 통계는 배출 원인별로 수치를 입력해 값을 구하는 방식인 ‘확산모델’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경유차만 일정 배출량을 입력하고 휘발유와 LPG, CNG는 아예 입력값을 0으로 넣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2009년 대한석유협회, 한국LPG협회, 한국도시가스협회 등이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주관하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 LPG, CNG 차량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미국과 유럽의 기준 연비 산출 방식인 CVS-75와 NEDC 평균으로 따졌을 경우 경유 0.0021g/㎞, LPG 0.0020g/㎞, 휘발유 0.0018g/㎞, CNG 0.0015g/㎞ 등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솔린직분사(GDI) 엔진 휘발유 차량도 미세먼지 배출이 되는 것으로 나와 내년 통계부터는 포함할 것”이라며 “LPG 차량은 기계적으로 셀 수 있는 범위를 만족시키지 못해 제로로 처리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유럽, 미국 등 해외에서는 노후 경유차와 함께 GDI 엔진의 차가 디젤매연저감장치(DPF)를 단 경유차보다 미세먼지를 더 내뿜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왔다. 그러나 환경부는 2015년에서야 GDI 엔진 차량의 미세먼지 배출량 조사를 시작했다.

정부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경유 차량만 겨냥한 마녀사냥식 대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 ‘졸속(拙速) 행정’이라는 평가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를 통한 발생 원인 파악이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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