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정부가 국민 속였나… 다음 정부서 결정과정 살펴볼 것”
“일본엔 ‘위안부 합의 잘못됐다’, 중국엔 ‘미세먼지 당신들 책임 있다’, 미국에겐 ‘한반도 평화를 같이 만들자’.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대통령 원하시죠. 그래서 좀 폼 나는 나라, 폼 나는 대통령 원하시죠. 저 문재인이 앞장서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30일 오후 6시께 젊음의 거리인 서울 신촌 한복판에 섰다. 봄날 같지 않게 더운 날씨에 신촌 로터리 입구부터 명물거리 중심에 마련된 유세무대까지 지지자 인파를 헤치고 오느라 흠뻑 땀을 흘린 문 후보는 마이크를 잡기 전 자켓부터 벗고 소매를 걷어올렸다.
그는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고고도방어미사일체계) 비용 관련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고, 집권 시 사드 배치 결정 재검토는 물론 박근혜정부의 배치 결정 관련 과정을 되짚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 비용 10억 불 내놔라, 말한 걸 보셨나. 10억 불이면 1조1000억 원으로 우리나라 한 해 국가예산 400분의 1이 넘는 돈”이라며 “처음엔 부지만 제공하면 될 것처럼 하더니 선거국면에 사드 먼저 보내놓고 이제는 돈 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이렇게 됐나. 한국에서 주요 정당, 대통령 후보들이 사드배치 국회 비준 필요 없다, 사드배치 무조건 찬성해야 한다고 하니 돈도 내라고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면서 “아직 사드배치 결정 끝난 게 아니라 새 정부가 결정한다, 국회 비준 동의도 거쳐야 한다고 말해야 트럼프 대통령도 돈 요구를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돈 요구를 보면 미국이 먼저 주한미군의 무기로 들여오려고 한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요구한 게 아닌가 의심도 든다”며 “정부가 비용부담 문제에 대해서 국민을 속여왔다는 의혹도 들지 않나. 사드배치 결정 과정도 새 정부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미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에도 ‘할 말은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우리가 함께 만들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꿔 본다”며 “국민이 더 이상 추운 광장에서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는 나라, 태극기가 자랑스러운 나라, 일한만큼 대우 받고 함께 행복을 누리는 나라, 다름으로 차별받지 않고, 권력은 국민만을 위하는 나라. 그래서 ‘이게 나라다, 내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자랑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젊은층 맞춤형 발언도 이어갔다. 문 후보는 “일자리는 기업에서 만드는 것이란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는 후보들이 있지만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어 준다고 걱정들 하는데 청년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지금 어디 있겠나”라고 일자리 공약을 설명했다. 기본료 폐지 등 휴대전화 통신비 부담 완화, ‘광역알뜰 교통카드 도입’을 비롯한 교통비 부담 완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의 공약도 재확인했다.
투표 참여 당부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서울시민이 더 도와줘야 한다”며 “부패 기득권, 적폐세력들이 아무런 반성 없이 오로지 반문재인만 외치면서 정권 연장하려고 한다. 확실하게 심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압도적인 정권교체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그 비법은 ‘투대문’, 투표해야 대통령은 문재인이다. 연휴인 4,5일 놀러가더라도 사전투표 해달라”고 호소했다.
연설을 마친 문 후보는 ‘투대문’이라 적힌 팻말을 들고 나온 한 여자 어린아이를 안아올리고는 함께 응원가에 맞춰 기호1번을 의미하는 ‘엄지척’을 반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