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한국의 주주행동주의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17-04-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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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처럼 가치투자를 해야지, 주가는 결국 적정가치를 찾아가는 것 아니겠어?”

상장회사 A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률도 높았다. 업계 점유율도 독점적인 1위였지만, A사의 주가는 매우 낮았다. 필자는 이 회사 주가의 적정가치가 현 주가의 3~4배 정도라고 판단하고 A사의 주식을 샀다. 내심 고배당은 물론이거니와 주가 상승을 기대했다.

그런데 배당은 쥐꼬리만큼이고, 주가도 몇 년째 ‘옆걸음질’만 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보니, 이 회사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박 사장은 매출의 10%에 해당되는 100억 원가량을 자신의 연봉으로 가져가면서도 배당은 거의 주지 않고 있었다. 또 소문이지만, 상무로 재직 중인 자신의 아들에게 회사를 상속해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액주주들은 결국 주식을 팔고 떠나기 일쑤였다.

이랬던 우리 주식시장의 소액주주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바로 ‘주주행동주의’이다.

‘그린메일(Green mail)’을 보내 배당을 요구하고, 주식가치를 희석하는 주식교환에 반대하고, 감사선임안을 부결하고, 원하는 이를 이사로 선임하도록 유도한다. A사의 대표를 박 사장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경하고, 고배당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경영권(經營權)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주행동주의는 걸음마 단계이지만, 미국에서 주주행동주의는 100여 년간 성장해 왔다. 주주행동주의의 핵심 원리는 간단하다. 상장회사가 주주의 이익을 우선시(優先視)하느냐이다. 물론 모든 주주행동주의자들이 정의롭지는 않으며,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약점을 이용해 경영권을 공격해올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가 주주의 이익보다 경영진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회사는 주주행동주의자들의 그린메일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의 주주행동주의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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