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 의하여 기각되었을 때 민심이 분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갖가지 의혹을 생각하면 일반인의 입장에서 영장기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헌법상의 무죄추정원칙에 비추어 보면 불구속수사·재판이 원칙이며, 형사소송법상 구속은 범죄혐의자의 도망과 증거인멸을 방지하여 수사나 재판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은 상당한 범죄 혐의가 있을 것을 전제로, 그 사유로서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다만 구속 사유를 판단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충적인 요건에 불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죄가 중하면 구속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가. 이는 구속을 유죄로 보는 사회 저변의 시각과 죄가 중하면 무조건 구속해 놓고 보는 사법기관의 관행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지나치게 국민의 법 감정에 치우치다 보니 그 취지가 왜곡되어 온 탓이다. 우병우 사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우 전 수석을 두둔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발(發)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음이 이미 특검 수사를 통하여 상당 부분 드러난 바 있다. 검찰 내에서는 ‘우병우 사단’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이다. 우 전 수석을 두고 ‘법꾸라지’니 ‘우꾸라지’니 하는 것도 이런 세력이 포진하고 있기에 가능함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물론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으면 구속수사·재판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 전 수석의 소행만 놓고 보면 분통이 터지지만, 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닌 법원은 일차적으로 법리에 충실해야 한다. 법관이 법이 아닌 감정적인 잣대로 재단한다면, 이는 법치주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편 구속 사유가 없어도 범죄 혐의가 증명되고, 그 정도가 중하면 재판에서 유죄의 중형을 선고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법원의 판결선고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그런데도 검찰의 영장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음은 아직도 검찰권(檢察權)이 득세한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오죽하면 “검찰이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 선다”고 하겠는가.
우 전 수석의 영장기각이 법원의 판단대로 검찰이 제기한 범죄 혐의의 상당성에 의심이 갔기 때문이라면 검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특히 문제 발생 초기의 늑장 수사와 소극 대응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검찰에 대한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전선(戰線)이 검찰 내부로 확대될까 봐 ‘봐 주기식 수사’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전말이라 여겨진다.
검찰은 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기각은 특검에 이어 두 번째이다. 그런데 범죄 혐의조차 제대로 소명하지 못해 놓고 영장에만 목매는 듯한 행태를 보여준 검찰의 모습은 볼썽사납기조차 하다. 지금까지 보아 왔듯 검찰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는 출중함을 지니고 있다. 애초부터 영장청구가 면피성이었거나, 영장 재청구 운운이 부실수사라는 원죄를 감추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이유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박 전 대통령의 기소와 맞물려 혹여 국민을 속이려 들었다면 더 이상 검찰이 설 땅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앞다투어 검찰 개혁에 대하여 연일 부르짖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법원 또한 명심해야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사건일수록 원칙대로 재판하는 것이 빛나는 것임을. 이래저래 무죄를 걱정해야 하는 검찰만 곤혹스럽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