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장애인 10여년간 노예처럼 부린 강원 농민부부 고발

입력 2017-04-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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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을 무려 10여년간 노예처럼 부린 강원지역 농민 부부가 검찰에 고발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강원지역 농민 A씨 부부에게 10여년 간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고 농사일을 하며 폭행을 당해온 지적장애인 이모(53)씨를 올해 1월 긴급구제 조치했다고 18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씨의 안타까운 상황을 보다 못한 지역 주민의 진정을 검토한 결과 인권침해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장애인단체 등 협조를 받아 피해자를 안전한 시설로 옮겨 보호조치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이씨의 기초생활수급비 통장을 관리하며 임의로 사용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로 A씨 부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이씨를 10여년 간 자신의 집 행랑채에 머물게 하면서 논농사와 밭농사를 시켰을 뿐만 아니라 고추 하우스 4동과 가축 돌보는 일도 하도록 했다.

특히, 이들 부부는 기초생활수급비가 들어오는 통장을 관리하면서 약 4년간 475차례 생활용품을 구입하는 등 1천700여만원을 쓰고, 자신의 대출을 갚는 데 약 485만원을 썼다. 1579만원을 인출하기도 했다.

이후 이씨 사건을 진정한 주민은 "이씨가 A씨 집에서 15년 이상 살고 있다"며 "A씨 부부는 논 6천∼7천평, 밭 3천평 규모로 농사를 짓는데 이씨가 농사일을 한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A씨 부부는 인권위 조사에서 "B씨의 통장과 카드를 관리하다 돌려줬고, 밥도 주고 영양제도 사주고 치료를 해주는 등 돌봐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A씨가 집안일을 거들어주기는 했지만 인건비를 줄 정도는 아니며 몸이 불편해 일을 잘 하지도 못했다"며 "노인정에 가서 술을 얻어먹었다고 한 대 친 적은 있지만 그 외의 폭행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인권위는 "A씨 부부가 이씨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병원 치료에 도움을 줬다는 명분으로 피해자의 금전과 노동을 착취하고 폭행을 한 행위가 묵인 되거나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고발을 결정했다.

편 인권위는 시설 거주인 간 학대를 방치하고 급식을 부실하게 제공한 재활원장에게 주의 조치하고 해당 지자체장에게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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