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에 갇힌 증권사 초대형 IB

입력 2017-04-13 10:37

김미정 기자 mj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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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 자본시장부 기자

증권업계가 초대형 투자은행(IB) 출범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는 한국판 골드만삭스 출현을 위한 ‘초대형 IB 육성 방안’을 내놨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증권사에는 1년 만기 발행어음 업무(자기자본 200% 한도)를, 8조 원 이상 증권사에는 종합금융투자계좌(IMA)를 허용하는 게 골자이다.

이를 통해 은행 중심의 기업 자금 조달을 다변화하고, 증권사의 IB 역량 강화를 유도해 미국의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증권사를 육성하겠다는 취지이다.

자기자본 3조 원의 대형 IB 라이선스를 보유한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 대형 증권사는 최근 자기자본 기준(4조 원)을 모두 충족하며 초대형 IB로의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초대형 IB 육성 정책에 여전히 규제가 많은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당장 대형 증권사의 기업 신용 공여 한도를 현행 100%에서 200%로 증액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의결 보류됐다. 금융당국이 대형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업무를 허용한다 해도, 자본시장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증권사들은 기존 기업 신용 공여 한도에 묶여 기업 여신이나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8조 원 이상의 대형 증권사가 각각 발행어음 운용자산의 50%, 70%를 기업 대출에 투자해야 하는 기업금융 의무 비율도 부담이다. 시장 침체 속에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아 수익률을 개선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발행어음 업무가 증권사의 수익에 기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6월 발행어음 허용 등 초대형 IB 육성정책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적절한 보완책이 마련돼 이제는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