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자연과 인간, 나와 너, 우리의 공존

입력 2017-04-1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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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진 기상청 관측정책과 주무관
미술에 ‘ㅁ’ 자(字)도 모르는 내가 교양을 쌓기 위해 시작한 전시회 탐방은 어느새 내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 가게 되는 건 아마도 말과 글로 아이디어를 전하는 사람들과 달리, ‘그림’이라는 시각적인 매체를 통해 아이디어를 전하는 ‘다름’에 끌려서가 아닐까.

오스트리아 출신의 화가이자 건축가인 훈데르트바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라는 작품 철학이 확고한 인물이다. 강렬한 색채와 형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건축물은 ‘모든 사람의 꿈을 현실화한 마법’이라는 찬사와 함께, ‘인류의 정신을 치료해 주는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블루마우 온천 휴양지이다. 자연과 조화로운 공존을 이루는 호텔, 온천 시설 디자인이 적용된 곳이다. 전시회장에서 이 건축물의 조형물을 먼저 봤고, 이를 그대로 표현한 휴양지가 실제로 있다는 설명에 놀랐다. 자연과 조화로운 건축물 안에서 낭만과 교감을 느끼고자 하는 인간의 바람이 실현돼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그림과 건축물로 보여줬고, 그의 삶은 내게 또 다른 동기부여(動機附與)가 됐다. 이제는 목표가 아니라 가치를 찾아야 할 때인 것 같다. 나를 행동하게 할 구체적이고, 명확하고, 실현 가능한 가치를 찾아야겠다.

훈데르트바서의 많은 회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자동차와 빨간 빗방울’이라는 제목의 석판화이다. 자동차 위에서 비가 내리는 모습을 내려다볼 때를 나타낸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관점에서 그림을 그렸을까’라는 신선함을 느꼈다.

삶에서 다르게 보는 것은 사람마다의 ‘개성’이라는 단어로 나타나고, 서로 상호작용(相互作用)을 한다.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다름을 보고, 사람들을 통해서 내 모습을 보며, 나와 다른 너와 함께 살고 있다. 이게 삶이 가지는 다름의 특징인 것 같다. 삶은 그래서 더 재밌는 게 아닐까.

훈데르트바서는 행동하는 예술가이자 사회운동가이다. 그는 지금 세상에 없지만, 회화와 건축물을 통해 여전히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또 다른 미술 전시회에서 그의 어떤 작품을 보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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