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트럼프노믹스] 트럼프, 오바마 유산 없애려다 제발등 찍나

입력 2017-03-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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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건축박물관의 공화당의회위원회(NRCC) 모임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남긴 유산을 지우려다가 역풍을 맞게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ACA·건강보험개혁법)’를 폐기하고 ‘트럼프케어(AHCA·미국건강보험법)’를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시작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오는 23일 미국 하원은 전체회의를 열고 트럼프케어 표결을 시행하는데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뉴욕타임즈(NYT)는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발표한 보고서를 분석해 트럼프케어를 시행할 때 2026년에 무보험자는 5200만 명으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오바마케어를 시행하면 무보험자는 2800만 명 수준이다. 즉 트럼프케어 때문에 무보험자가 2400만 명 더 많아진다는 전망이다. 암울한 전망에 공화당도 트럼프케어의 통과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의 마크 매도우 하원 의원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법안을 통과시킬만한 충분한 표가 없다”고 털어놨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을 만나서 트럼프케어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내년 중간선거에서 의원직을 잃을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것도 트럼프케어가 좌초되는 것을 우려한 탓이다.

문제는 트럼프케어가 하원 문턱에 걸리면 인프라 투자, 감세 등 트럼프의 공약이 줄줄이 후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화당의 빌 플로레스 하원의원은 “트럼프케어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조세 개혁도 위험에 빠진다”며“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큰 안건들이 찢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존 콜린 상원의원은 “트럼프케어는 지난 선거에서 약속했던 것”이라며 “이 약속을 우리가 지키지 못하면 남아있는 공약들이 시행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0%가 건강보험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았다. 조세 개혁을 중요하게 여기는 응답자가 4%였던 것을 고려하면 트럼프케어 통과에 쏠리는 이목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설명된다.

트럼프케어 통과 여부에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호라이즌인베스트먼트의 그레그 발리에르 수석 애널리스트는 “목요일로 예정된 트럼프케어에 대한 하원 투표가 결정적일 것”이라며 “만약 목요일 투표에서 공화당이 지면 트럼프의 감세, 인프라 투자 정책 등 나머지 안건에 분명한 경고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행정부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한 노력은 오바마케어 폐기가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지난 15일 트럼프 대통령은 연비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가 공포한 차량 연비 규정이 합당한지 따져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자 환경단체와 민주당은 목소리를 높여 반발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총무는 “잘못된 결정이며 기후변화에 대한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3일 오바마 전 행정부의 금융 규제안인 도드-프랭크법을 재검토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드-프랭크 법은 대형 금융회사들에 대한 규제 및 감독 강화, 금융 소비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한다. 은행이 차입자의 상환능력을 꼼꼼히 따지도록 해 부실대출을 막자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재검토해 기업이 쉽게 대출을 받아 사업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를 대체할 법안을 만들도록 재무부에 4개월의 시간을 줬다. 오바마 지우기에 첫 발은 뗀 상황이지만 트럼프케어가 좌초되면 트럼프 행정부 전체가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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