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사랑해 조용준

입력 2017-03-2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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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이 몹시 기다려진 적이 있었다. 어떤 메뉴에 어떤 술로 한잔하자고 회사 동료나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 날엔 회사 내부에서의 마찰, 클라이언트와의 소소한 언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알코올이 되어 날아갔다.

그렇게 시간을 흘려 보낸 지금도 여전히 퇴근 시간이 기다려진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퇴근 후의 달콤한 행복을 술이 아닌 집에서 찾고 있다.

지난해 10월 초 사내 녀석이 태어났다. 아내의 10시간 진통 끝에 태어난 녀석과의 만남, 벌써 160일이 훌쩍 지났다. 요즘은 이 녀석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퇴근 후 부모님께 영상통화도 하고, 종일 아이를 돌보느라 버거워했을 아내에게 가끔은 특별한 저녁 메뉴를 포장해서 나르고 있다.

임신기간 아내와 성장일기를 쓰고, 임신부터 출산·양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아우르는 육아 블로그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6개월 차에 접어든 지금, 육아일기는커녕 아내는 밤새 여기저기 블로그를 찾아다니며 이유식 혹은 또래 아이들의 행동 습관을 찾아보기에 여념이 없다. 나 역시 집에 가면 보채는 아이를 안고 있기 바쁘다.

하지만 아직까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잔병치레 없이 잘 버텨온 녀석이 신기하기만 하다.

3.4㎏으로 태어났던 녀석이 벌써 8.5㎏이 되어 요즘은 안고 있으면 팔이 아프기도 하다. 안아 주지 않아도 혼자 놀다 스르르 잠이 들던 아이는 몸집이 커지고 요즘은 치아가 나려는지 낑낑거리는 안쓰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요즘 우리 부부에겐 걱정거리가 생겼다. 돌이 지나고 나면 아내는 복직할 계획이다. 종종 들려오는 어린이집 사고 소식에 말도 못 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육아도우미에게 맡겨 두려니 벌써부터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

대선이 5월 9일로 정해지면서 여러 대선 주자들은 하얀 벚꽃 흩날리는 유세 현장에서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며 같이의 가치, 함께하는 동행(同幸), 더불어 행복한 동행(同行)을 외칠 것이다. 하지만 출생률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요즘, 젊은 부부들이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아이도 낳고, 또 두려움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뜬 구름이 아닌 현실적인 공약을 내놓으면 좋겠다. 당선인은 꼭 가정부터 잘 살필 수 있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오늘도 밝은 미소로 멋진 하루 보낼 거지? 사랑해, 조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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