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품격은 올림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입력 2017-03-1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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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지지자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전달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주문(主文)이 나온 10일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다 12일 오후 7시 39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도착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인 모습 전부다.

“인간이라는 뒤틀린 목재에서 곧은 것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라고 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말을 “박근혜라는 뒤틀린 목재에서 곧은 것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만들 수 없다”라는 표현으로 바꾸고 싶다.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인간의 품격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현원정 이미지 리더십 대표가 저서 ‘매력으로 리드하라’에서 “직장인에게 헤어스타일은 그 사람의 업무태도, 마인드, 개성까지 보여주는 것이므로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지만, 인간의 품격은 결코 우아한 올림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또한, 품격은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권력으로도 형성되지 않는다. 미국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인간의 품격’에서 인간은 결점과 문제점이 많은 뒤틀린 존재이기에 끊임없이 내면의 자아를 갈고 닦고 결점 극복을 위한 치열한 투쟁을 벌여야 품격이 형성된다고 강조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떠했나. 인간의 품격이 수십 개의 실핀을 꼽아야 완성될 수 있다는 올림머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대통령의 품격은 국정에 온 힘을 기울이고 국민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것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정책과 국정 수행에 대한 무지와 무능이라는 치명적인 결점을 치열한 개선 노력과 활발한 소통으로 극복하기보다는 독단과 아집으로 덮으려 했고 국익과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권력을 사익 추구에 활용한 것을 보니 말이다.

세월호 대참사로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죽어가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도 헤어디자이너를 불러 올림머리를 하고 ‘정규재 TV’와의 인터뷰에서 “(태극기 시위가) 촛불 시위보다 두 배도 넘을 정도로 정말 열성을 갖고 많은 분이 참여하신다고 듣고 있다…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다”라는 대통령 자격조차 의심하게 하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것을 보니 더 그렇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모습은 아시아 국가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되짚어 보는 순간이 됐다.”(AP통신) “아침에 이 모습이 얼마나 짠하고 뭉클했는지… 그동안 너무 고생하셨고 상식과 우리 모두를 위한 이 아름다운 실수를 잊지 못할 겁니다.”(가수 윤종신) “뒷머리에 클립을 하고 출근하는 장면. 이것이 바로 일하는 여성의 진짜 모습이다. 정상적인 여성은 이렇게 일한다는 것까지 보여줬다.”(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있던 10일 헌재에 도착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머리에 꽂힌 분홍색 헤어롤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뜨거운 반응은 올림머리로 대변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품격의 문제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대학 교수들이 지난해 12월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처럼 국민에 의해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간으로서,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품격도 찾을 수 없다.

청와대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충고하고 싶다. “인간의 품격은 올림머리에서 절대로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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