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도청’ 주장은 거짓이라고 판명했다고 5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FBI는 전날 법무부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불법 도청설을 반박하라고 요청했다. 소식통은 FBI와 법무부의 논의에 누가 참여했는지, 또 FBI의 제임스 코미 국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FBI도 불법 도청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되기 때문에 FBI가 나섰을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새벽 트위터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작년 대선 때 트럼프타워에서 전화를 도청했다는 걸 방금 알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불법 도청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면서도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코미 국장은 법무부에 기각을 요청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틀렸고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미 국장은 지난해 대선 직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선언한 인물이다. 당시 코미 국장이 이메일 스캔들을 다시 들춰내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의 주장에는 동조하지 않고 제동을 걸면서 원칙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나타냈다.
국가정보국(DNI)의 제임스 클래퍼 전 국장도 오바마 대통령이 도청을 지시하지 않았으며 그 어떤 도청 행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DNI는 미 16개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최고 정보기관이다. 관련 기관의 도청은 DNI 국장의 재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백악관 측은 FBI와 DNI의 반박에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진행되는 ‘러시아 커넥션’ 조사에 오바마 행정부가 권력을 남용했는지를 의회가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백악관과 대통령 측은 조사가 시행될 때까지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 커넥션을 덮고자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