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부당 인하 및 허위합의로 납품가격 가로채
현대자동차(현대차)와 기아자동차(기아차)가 하도급 업체들에게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인하한 행위가 정부당국에 적발돼 과징금 및 지급명령 등의 시정조치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지난 14일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에 대하여 시정명령, 수급사업자에 대한 법위반 사실 통지명령과 함께 현대차에는 16억9000만원의 과징금을, 기아차에는 46억원의 지급명령을 내리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요구가 반복된다는 점에 착안, 지난해 3월부터 국내 자동차 업계의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 및 기아차의 부당한 납품단가 결정행위에 대해 현장직권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대차와 기아차가 모두 하도급 업체에 부당하게 납품단가 인하요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는 지난 2003년 소형 승용차종인 클릭의 수익성이 낮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클릭부품의 자재비를 242억원 절감하도록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는 방법으로 3.5% 단가인하를 시행하는 방침을 정한 후, 클릭차종의 부품을 납품하는 26개 수급사업자의 789개 부품에 대해 납품단가를 일률적으로 3.4% 인하했다.
공정위는 "현대차는 2002년 12월과 2003년 1월에 20개 수급사업자에게 2003년 클릭생산대수(17만5000대)를 감안해 납품단가를 이미 2%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 또 다시 2003년 4월경에 1.4% 수준에서 추가적으로 납품단가를 인하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외에도 지난 2004년 7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해외수출부품(CKD)에 대해 실제 하도급단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단가 형식으로 납품단가를 책정해 18개 수급사업자에게 제조위탁한 후 납품일 이후에 하도급 대금 16억2900만원을 지급했지만, 지연이자 1억1800만원은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아차는 리오ㆍ옵티마 차종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지난 2003년 6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34개 수급사업자가 납품하는 부품의 단가를 정책적으로 인하하는 대신에 쏘렌토와 카니발 차종의 부품단가를 인상, 단가인하에 따른 수급사업자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후 정산하기로 사전에 수급사업자와 구두로 합의했다.
공정위는 "기아차는 하지만 당초 합의와 달리 쏘렌토와 카니발 차종의 부품단가를 전혀 인상하지 않거나 인하된 금액만큼 납품단가를 인상하지 않음으로써 34개 수급사업자에게 총 26억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는 이에 따라 현대차에게는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행위 및 지연이자 미지급행위에 대해 16억9000만원의 고징금을 부과하고, 기아차에는 기만적 하도급대금 결정행위에 대해 손실금액 26억원과 이 금액의 지급기일까지의 지연이자 약 20억원 등 총 46억원의 대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현대ㆍ기아차의 납품단가 부당인하 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는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관행을 근절시키고자 하는 공정위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납품단가인하가 관행화되어 있는 하도급업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히 기만적인 방법을 이용해 납품단가를 인하한 기아차에 대해서는 인하한 납품대금에 연 25%의 지연이자를 포함해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토록 함으로써 수급사업자가 부당한 납품단가인하로 입은 손실금액 46억원을 실제로 돌려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였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위는 앞으로 대기업이 부당한 납품단가인하를 통해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편취하는 행위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철저히 감시하고 조사시정하고, 특히 독과점 대기업에 대해서는 더욱 엄중히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