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에 뿔난 왕서방…지난해 한국주식 1조6040억 팔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싼 갈등 이후 중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와의 환율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돈줄을 조이면서 중국계 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한국 주식시장에서 1조6040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2015년에도 1360억 원을 팔긴 했지만 규모가 10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2014년까지 매년 국내주식을 사들인 중국의 행보를 볼 때 지난해 자금 이탈은 심상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같은 기간 미국(7조6650억 원), 룩셈부르크(4조2860억 원), 영국(5340억 원), 아일랜드(8830억 원) 등 다른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자금 이탈의 주된 원인으로 사드 갈등을 지목한다. 국방부가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 중국 기관들이 정무적인 판단으로 국내증시에 대한 투자를 축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인 투자자들은 작년 7월 국방부가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 후보지로 발표한 직후인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연속 한국 주식을 대거 팔았다.
문제는 올해도 상황이 크게 반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사드 갈등 증폭으로 중국 자금 유출 우려가 더욱 커질 공산이다. 실제 중국 당국의 ‘금한령(禁韓令)’은 △요우커(한국행 중국인 관광객) 감축 △한류 연예인 방송출연 중지 △한류 콘텐츠 차단 등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중이다.
중국이 올해부터 위안화 고시 환율을 산출할 때 기준으로 삼는 ‘통화 바스켓’에 처음으로 원화를 포함시킨 점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원화와 위안화의 관계가 한층 긴밀해졌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원화 자산에 대한 중국자본의 영향력이 더 커진 것”이라며 “양국 관계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양국 사이에 정치적 갈등이 발생할 경우 중국 정부가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첫 해를 맞는 국제 금융시장 환경도 중국의 자금회수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3일 사실상 정책금리인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역레포 금리)를 2013년 이후 4년 만에 인상했다. 중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전쟁 대비 등을 위해 긴축 쪽으로 확실히 방향을 틀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중국 통화정책 기조가 국내 자본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긴축으로 돌아설 경우 외국인 자본 전체가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통화긴축으로 중국 내수가 줄어들면 국내 기업의 중국 수출도 감소하게 된다. 아울러 수출기업 비중이 높은 한국으로서는 금리 인상으로 위안화 가치가 절상될 경우 원화강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잠재적인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