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완만할 시 금융시장 충격은 '우려'로 마무리
지난 12일 코스피지수가 미국 발 악재로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크게 하락했다.
미국의 신용위기 고조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100달러 돌파가 기정사실화 된 국제유가 등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다.
또한 총체적인 달러약세 가운데 일본의 엔화가치 상승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문제까지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악재로 등장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1996년 이후 일본이 장기 불황에 진입하면서 저금리를 유지한 가운데 등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엔화를 차입해 수익률이 높은 지역의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상황으로 2005년 이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일 양국간 금리차가 확대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도 성행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서 불거진 말이 '와타나베 부인'으로 저금리를 피해 해외 투자에 뛰어든 개인들을 의미하며, 통상적으로 해외투자에 직접 나선 일본의 가정주부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됐다.
올해 2월 중국발 쇼크, 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와 함게 일본의 기준금리 0.25% 인상으로 나타났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던져 준 경험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올해 2월에 있었던 것처럼 제한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미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일간 금리차가 크고, 일본 당국 역시 급격한 엔화가치의 상승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들며 엔 캐리 트레이드는 우려로써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장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여부의 기준이 되는 환율과 금리가 청산을 유도하는 방향(엔화강세, 금리스프레드 축소)으로 움직일 것이 전망돼 점진적으로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청산의 속도가 관건으로, 그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은 '우려'로써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소 연구원은 "지난 8월 이후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축소과정에 있고, 향후에도 축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일본의 기준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고, 최근 금융시장의 환경을 고려해 볼 때 일본의 금리인상과 미국의 금리인하는 시간을 두고 점진적일 것으로 판단돼 급격한 청산과, 이로인한 엔화강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일본은 저금리를 기반으로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는 과정으로, 엔화약세를 통해 수출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상황으로 급격한 엔화강세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반전되는 것을 두고 보지는 않으리라고 지적했다.
소 연구원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자체는 시장 투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불확실성을 가져다 주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이와 관련된 엔화환율 추이에 관심을 가지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아울러 지금 나타나고 있는 조정의 과정이 구조적인 변화의 틀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적극적으로 매도하는 시장대응 역시 기회를 상실하는 요인으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높아 조정은 1850선에서 마무리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