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업시설개발의 새로운 대안은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에서 상업시설은 대형 유통회사가 운영하는 백화점, 할인점 등과 임대지하상가, 철도 역사 내 점포 등 공공 개발이거나 공공적 성격을 가진 매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분양 상품으로서 개발 되어 왔다.
이러한 개발유형 속에서 상업시설 개발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상가 비활성화는 물론이고 수분양자나 임대자 등 투자자들이나 매장 운영자들을 고통으로 몰아 넣었으며 굿모닝시티 사태 같은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분양 중심의 개발 방식이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바람직하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현실적인 측면 즉,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나 사업 시행자의 능력과 안정성, 개발사업 내외적인 여건 등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았다.
그렇지만 작금에 들어 그러한 상업시설 개발유형은 분양의 위축 등으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한 극복 방안으로 새로운 대안 모색이 진행되고 또한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바, 향후 상업시설 개발의 새로운 대안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아보자.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주거시설을 분양하는 것은 일반적인 모습이나
상업시설은 임대를 하거나 직영 형태로 운영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분양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는 상업시설이 가지는 성격 자체에서 연유될 수도 있겠고 또는 유통 분야의 물적, 인적, 소프트웨어적 발전이 이러한 상업시설의 수익형 부동산으로서 운영을 가능하게 한 것일 수도 있다. 단순화 한다면, 주거나 업무시설은 공간이라는 한정적인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하지만 상업시설은 공간의 제공은 그 기초가 될 뿐이며 보다 중요한 것은 상업시설이 운영되고 활성화 되기 위한 “소프트웨어적 시스템”을 갖추어 유기체적 생존과 성장을 하는 것이 다른 시설과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이를 위하여 상업시설의 개발은 건축적 조건뿐만 아니라 이러한 소프트웨어적인 운영 체계에 대한 철저한 사전 계획과 진행이 요구 되며 또한 그렇게 하여야만 활성화가 담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백화점이나 할인점을 건립할 때 당해 유통회사는 계획과 운영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규모상으로만 따진다면 오히려 백화점 등보다 더욱 거대한 규모의 시설도 많은데 상가 활성화를 위하여 요구되는 노력이 백화점과 할인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분양 위주의 근래 상업시설 개발에는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먼저, 상업시설개발이 기존의 형태를 답습하여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경험적 인식의 축적과 함께 새로운 대안 모색에 대한 관심이 점증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러한 관심 증대는 새로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연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상업시설 개발의 새로운 형태를 창출할 수도 있다.
둘째로는 외국계 상업시설 개발 회사나 투자회사의 상업시설 사업 참여의 증가이다. 예컨대, 네덜란드의 ING REIM이 로담코 플라자를 인수하여 「디몰」로 운영하고 있으며 리먼브러더스가 동대문 라모도 쇼핑몰을, 미국계 펀드 회사인 아라인베스트먼트가 메사 쇼핑몰을 인수하였다.
또한 유럽의 쇼핑몰 시행사인 레디마 그룹의 한국진출도 예정되어 있다.
그 동안 오피스 건물 등에 집중되었던 외국 자본의 투자가 쇼핑몰로 확대되고 또한 운영이 이루어지면서 이를 계기로 상업시설의 운영 형태와 수익시설로서의 상업시설을 재인식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셋째는 국내 자금조달 시장의 변화이다.
그 동안 상업시설 개발의 전형적인 자금 조달 형태는 시공사의 보증에 의한 PF 형태였으며 주로 단기자금 조달이었고 분양을 통하여 자금을 상환하는 구조를 취하는 직접 투자 형태였다. 하지만 이제 부동산펀드 등 간접투자 상품의 증대나 리츠, PF 등 금융시장의 성장에 따라 향후에는 비교적 장기간의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고 다양화 될 것이다.
이러한 개발자금조달의 기회확대는 상업시설 개발을 단기간의 차익 실현에서 장기적인 운용 목적으로의 부동산 개발로 전환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도권 유통회사의 범주를 벗어난 유통관리회사(유통회사)의 성장이다. 이미 브랜드아웃렛 개발을 중심으로 이러한 유통관리회사의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에는 상가 운영을 통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한 유통관리회사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유통관리회사의 성장이 상업시설 개발과 접목 된다면 개발 상업시설의 콘텐츠와 내용을 풍부하게 하고 상가 활성화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어 개발 사업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몇 가지 상업시설개발 부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나열하였다.
결국 안정적인 자금조달에 의해 상업시설 개발 성격이 변화되고 운용, 수익을 얻기 위한 “상업시설의 소프트웨어적 컨텐츠”에 관심과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당장의 현실이 이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하겠지만 점차 운영 수익 측면에서 양호한 상업시설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발전할 것이다.
■ 새로운 개발대안의 방향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이러한 변화의 요소들을 상업시설개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두 가지 측면에서 그 방향성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당장의 문제로서 복합개발과 같이 주거, 업무, 상업시설 등을 개발할 경우에는 사업성을 위하여 일부 상가 분양이 불가피하더라도 판매시설 등 집객력이 높고 상가 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의 경우 유통관리회사의 유치와 리츠나 장기펀드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다.
이의 경우 유통관리회사나 리츠, 장기 펀드 등의 수익성을 위해서나 초기 상가 활성화를 위해서는 초기임대료를 낮추는 등 개발회사의 기대수익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전국 각지에 산재되어 있는 “문제상가”들을 활성화 하는 데에도 이러한 방식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개발회사나 수분양자 등도 일단 어느 정도 이익 감소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상가가 활성화 되고 상가운영 관리체계가 확립되어 자산가치가 높아진 후에 분양을 진행하던지, 아니면 상업시설 전체를 통째로 매각하는 방법도 있다.
다음으로 앞서의 방법보다는 진일보하여 상업시설 개발을 부동산 개발 성격보다는 유통시설의 개발 측면에서 접근하여 장기적 안목으로 운영, 관리, 수익을 추구하는 형태의 개발이다. 이것이 선진국에서 행해지는 상업시설 개발의 형태이며 바람직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쇼핑센터와 같은 새로운 업태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과는 성격이나 기능이 또 다르다. 이러한 측면에서 상업시설 개발에 접근한다면 새로운 기회 요인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리츠나 펀드 등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통하여 개발사업의 안정성을 꾀하고 내용 측면에서는 철저한 상품과 콘텐츠 기획, 차별화 등을 확보한다면 상업시설개발의 경쟁력은 극대화 될 것이다.
글: (주)RE멤버스 고종완 대표이사